[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정부·여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공공의대 설립법 통과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의료계 반대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되면서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공의대 주 실습교육병원으로 거론됐던 국립중앙의료원(NMC) 자질 문제도 제기됐다.
22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관련 법률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공공의대 설립법)’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료계가 격돌했다.
공공의대 설립법은 서남의대 폐교로 인한 정원 40명을 이용해서 지방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의대생은 수업료·교재비·기숙사비 등 경비를 지원 받고, 의사면허 교부 받은 후 10년 동안 공공의료 의무복부를 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지역별 의료격차 심화 등을 이유로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입장 변화가 감지되면서 법안소위 통과도 어렵게 된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전임 대표인 이정현 의원 시절에는 공공의대 설립 관련 논의에 대해 크게 이견이 없었으나, 이 의원 견해가 당론이 아니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당과 야당이 공공의대에 협조적이라는 것은 오해”라며 “20대 총선을 맞이하면서 당대표를 지냈던 분(이정현 의원)이 이야기한 것일 뿐, 전문가 등과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출산 등 인구구조도 바뀌고 있는데, 각 대학에서 의료 인력이 나오고 있으니 인력 부족 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윤종필 의원도 “보건의료체계·의학교육·의사 양성체계 등에 대한 계획을 정부에서 제대로 수립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현장 이야기를 들었는지 의문”이라며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두 의원은 법안소위 위원으로 참여 중에 있는데 법안소위가 관례적으로 ‘만장일치’에 의한 결정을 했음을 감안하면, 법안이 통과되지 못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의료계도 ▲계획 부재 ▲지역 차원의 부족한 노력 ▲저출산 등 인구감소 등 세 가지 이유를 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안덕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교수는 “우리 정부는 보건의료체계, 의사교육 및 양성체계 안에서 의사교육계획을 제대로 세운 적이 없다”며 “가장 근본적 원인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나 연구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정숙 의원, 국정감사 이어 ‘NMC 교육병원 자질’ 지적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장정숙 대안신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 이어 국립중앙의료원(NMC)을 교육병원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공공의대 설립법에는 NMC를 교육병원으로 활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단 그는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의료종사자 양성에는 공감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장 의원은 “국가가 공공의료종사자를 양성하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공공의대가 별도 부속병원 설립없이 NMC를 교육 실습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NMC는 대리수술·마약류 관리 부실 등 심각한 의료윤리 위반이 일어난 곳으로 공공의료를 이끌어갈 인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현재 NMC 이전문제도 해결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교육병원 기준에 맞추기 위해 추가 병상 설치 등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낭비”라며 “서울 소재 NMC보다 인근 의료기관을 실습병원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도 “일반 병원과 학교 역량을 다른 것”이라며 “NMC는 적자만 300억원이 나는 곳인데 이걸 무시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