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관리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재형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임상순환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디지털 만성질환 검사장비 활성화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조 교수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아무리 좋은 약품이 나오더라도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는 게 매우 어렵다”며 “10년, 20년 앞을 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현재 고혈압 유병률 28.6%, 당뇨병 유병률 14.5%에 달하며, 관련 진료비만 해도 연간 21조 원을 넘는 등 만성질환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 전략’, ‘K-디지털 전략’ 등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장비나 기기 활용하면 치료율 개선이나 의료비 절감효과 가능"

실제로 디지털 만성질환 검사장비는 ▲혈압·혈당·심전도 등의 연속 모니터링 ▲개인 맞춤형 데이터 분석 ▲환자-의료진 간 소통 증진 ▲이상 징후 조기 발견 등에서 장점이 있다. 

조 교수는 “연속혈당측정이 굉장히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듯이 각각의 질환이나 환자 상황별로 맞는 디지털 장비나 기기를 활용하면 치료율 개선은 물론 의료비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고 치료 지속률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 설명이다.

현재 1차의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성질환관리제도는 ▲의료기관 방문율 확보 ▲시범사업의 높은 목표 도달률 확보 ▲의료진 부담 경감 등이 해결 과제로 꼽힌다. 

"미래 혈당·혈압 관리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핵심···민관 협력 절실"

보건복지부 1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당화혈색소(HbA1c) 목표 도달률은 1.5% 증가에 그쳤다. 의료기관 방문율이 떨어지는 치료 지속성이 낮은 환자는 입원율이 늘기도 했다.

지난해 한 기업에서 국내 고혈압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가정혈압 측정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혈압환자 38.3%는 혈압 측정 횟수가 월 1회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측정한다는 응답은 22.1%에 그쳤다.

이에 의료계 등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민관, 기업의 다각적 협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래야 만성질환 환자 의료비를 감소 시키고 효율적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민관, 환자 등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기업은 진단기기를 만들고 정부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 의료진과 환자들이 제대로 쓸 수 있다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의료 취약자 및 고령자를 우선한 디지털 검사장비 보급 확대 ▲ 환자 셀프 건강관리 동기 강화 ▲ 의료현장 내 디지털 검사장비 활성화 지원 ▲지역보건소, 건보공단과 연계한 성과 모니터링과 데이터 기반 정책 마련 등이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좌장으로 참여한 김한수 대한임상순환기학회 고문도 “의료진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일반적인 질환과 달리 만성질환의 경우 주체가 환자가 된다”며 “환자가 내 상태를 정확히 알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이해하는 데 디지털 헬스케어가 도움이 될 걸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산업진행원 주재 ‘디지털헬스케어 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할 경우 연속혈당 측정 환자군은 의료비를 15% 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