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환자실 진료정보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국가 관리체계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병상·인력·장비와 의료기관별 치료역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환자를 배분하려면 법적 근거와 재정 지원, 전자의무기록(EMR) 자동연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다음 팬데믹,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첫 발제를 맡은 장시환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간사(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는 중환자실 시설·장비와 인력 수준이 의료기관마다 달라 치료 성과에도 격차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3년 제4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62.5%에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없었다.
현재 국가 응급의료 자원정보 시스템은 중환자실 병상 수와 의료장비 보유 현황을 제공하고 있지만 환자를 어느 병원으로 옮길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충분하지 않다.
장 간사는 “현 시스템에서는 장비 보유 수만 확인할 수 있고 실제 가동 현황은 볼 수 없다. 기관별로 수용할 수 있는 환자 중증도가 국가 차원에서 평가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환자를 배분하려면 유선으로 각 기관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5년 중환자실 진료정보 모니터링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23곳을 포함한 의료기관 73곳이 참여하고 있다. 기관 수 기준 참여율은 24%지만 등록 병상은 전국 중환자실 병상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료 수집도 병원별 연구간호사 수작업에 의존한다. 의료기관마다 EMR과 데이터 형식이 달라 실시간 자동 수집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의료자원 연계해서 적정병원 선별 필요
홍석경 대한중환자의학회 부회장(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은 “2025년 어렵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유지하기 어렵다”며 “제한된 자료로는 다음 감염병 유행 때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병원의 중환자 정보를 국가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회장이 제안한 관리체계는 환자 정보와 의료자원 정보를 두 축으로 한다.
환자별 중증도와 치료 결과를 축적해 의료기관의 치료역량을 파악하고, 가용 병상과 인력·장비 현황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두 정보를 연계하면 환자 상태에 맞는 병원을 선별하고 감염병이나 재난 때 지역별 과부하에도 대응할 수 있다.
홍 부회장은 “전체 병상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치료할 수 있는 중환자실을 국가가 파악해야 한다”며 “전국 중환자실을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해야 중환자의 생명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 부회장은 전국 단위 상시체계 구축을 위해 진료정보 수집·활용의 법적 근거와 국가 표준 데이터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관계기관 간 역할 정립, 현장 부담을 줄이기 위한 EMR 자동연동도 과제로 꼽았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병상 정보만으로 의료기관이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치료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 배분에 활용하려면 기관별 치료역량을 인증하고 이를 유지토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승준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은 “병상 정보만으로는 해당 병원에서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 알 수 없다”며 “병원별 치료 가능 여부를 매번 퍼즐 맞추듯이 확인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법은 인증제도”라며 “중환자실별 치료역량을 인증하고 이를 유지한 기관에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도 학회가 제안한 국가 관리체계 구축 방향에 공감했다.
백경순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정책과장은 “관련 법을 마련해 제도를 명확히 하고, 사업 연속성을 뒷받침할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체계 안에서 상황실과 가용 자원을 어떻게 운영하고 지원할지 살펴보겠다”며 “참여기관 확대와 권역·지역별 체계 마련도 검토하면서 학회 및 의료기관과 함께 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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