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급 차질에 교수 탈진까지 의료시스템 추락 자명"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출구를 못 찾고 있다. 사태가 어떤 결론으로 끝나든 의료 현장에선 10년 이상 후유증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내과학회는 지난 27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 정책 추진 행보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박중원 이사장은 의대 증원 정책으로 수십년간 쌓아온 한국 의료시스템이 추락할 것이라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시스템을 이렇게까지 판을 갈아야 하는지 이해 불가"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처럼 의료서비스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시스템을 이렇게까지 판을 갈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이어 "좋은 시스템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은 10년 이상 갈 것이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미복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내과 전공의는 600여 명으로 이들 전공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의료현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젊은 의사들이 전공의 수련 대신 일반의로 개원시장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규 전공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지금까지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전공의 메우는 교수들 업무 피로 가중…"곧 떠난다"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교수들의 번아웃(탈진) 현상도 심각하다.
김대중 수련이사는 "교수들이 진료 외에 다른 일은 못하고 있다. 교수 역할이 교육, 연구, 진료라고 한다면 대부분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전공의 설득에 나서지 않으면 지친 교수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할텐데 이는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민 총무이사는 "현 사태가 계속된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기에 의료고백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해외 학회에서 발표할 주니어 스탭들의 기회가 줄어들어 우리나라 학문적인 위상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학회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의료개혁특위에 의료계가 불참한 이유도 언급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지난 4월 25일 출범시켰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특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이사장은 "정부에서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생각은 않고 압박만 하고 있다. 특히 특위 구성 자체도 문제가 많다. 상대적으로 의료계가 소수인데 투표를 진행할 때 들러리가 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6일 '전공의 집단 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당한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경찰은 임 회장 당선인이 회장을 맡았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마포구 사무실과 충남 아산에 있는 주거지에도 수사관을 보내 자료를 확보했다.
박 이사장은 "최근 상급종합병원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이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병원이 망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윤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