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강공 드라이브 vs 제약계, 긴장·반발
의약품 사후평가 대상·기준 공개, 항암제·희귀약·임상 유용성 불명확 약제 등 포함
2019.12.04 06:1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약품 사후평가제도에 관한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선별급여제도, 의약품 사후관리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추가된다는 점, 중증질환자 지원을 위해 만성질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박은영 심평원 약제관리실 약제평가제도개선팀장[사진]은 3일 서울 페럼타워에서 열린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급여 등재된 의약품에 대한 재평가 계획안을 발표했다.

박은영 팀장은 "의약품 사후평가제도에 2007~2011년까지 시행된 기등재 목록 정비 제도를 준용할 계획"이라며 "올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뒤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이를 통해 임상효능, 재정영향, 계약 이행사항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약제 재평가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대상은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 그리고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약제 등이다. 뿐만 아니라 약제사후평가 소위원회에서 사회적 영향,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평가가 필요하다고 여긴 약제도 포함된다.

여기에 제외국 등재 여부, 사용빈도 및 청구비중(약제비 증가율, 청구금액), 의약학적 중요성, 사회적 관심의 정도 등을 고려한다. 
 
박은영 팀장은 "의약품집 검토 대상 국가는 과거 기등재약 목록정비에서 고려했던 국가에 캐나다를 추가한 총 8개국"이라며 "약제 사용빈도 및 청구비중은 과거와 비교해 약제비 청구금액이나 증가율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정감사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약제나 국민청원에 오른 약들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아직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처럼 특정 약제를 지목할 단계는 아니며, 우선 큰 틀을 마련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정된 약제들은 교과서 및 가이드라인, HTA보고서, JADAD 3점 이상의 RCT 등 임상문헌 등에 의해 평가된다. 이 외에도 진료상 필요성분, 대체 가능성과 약제 특수성을 함께 고려할 예정이다.
 

평가대상 선정 및 문헌 평가는 실무 검토를 거쳐 약사사후평가 소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그 결과를 제약사에 안내하고, 평가결과를 활용할 계획이다.

제약계 "선별등재제도 이어 의약품 사후평가는 과잉규제"

제약업계는 심평원이 내놓은 의약품 사후평가제도에 대해 과잉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게다가 일련의 제도들이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가져왔는지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재정 및 성과 기반 사후평가제도를 매년 시행한다고 하니 제약업계 전체가 긴장을 너머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며 "선별등재제도(포지티브 리스트)에 이어 사후관리제도가 시행되는데 여기에 사후평가제도까지 더하니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사후평가를 통해 만성질환 약제비를 중증질환에 투입하겠다는 큰 그림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인지, 보험 원리에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게다가 이 제도를 통해 약품비 증가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C사 관계자도 "국내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갱신을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받았음에도 재평가해 급여 재조정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식약처가 인정한 임상적 유용성을 심평원은 인정하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D사 관계자 역시 "지난 2007∼2011년 기등재 목록정비가 이뤄졌는데, 당시 의약품 퇴출로 마련된 재원들로 재정 지출이 효율화됐는지 알 수 없다"며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약품 사후평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제약사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문헌을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과 제외국의 허가 및 급여 기준을 평가기준으로 보는 데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명했다.

장우순 상무는 "문헌을 통한 잣대가 질환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려운데, 이런 질환별 임상시험의 차별성을 무시하고 일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라며 "제외국의 허가 및 급여 기준을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은 국가별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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