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넘친 의료계 신년회지만 갈 길 멀어
백성주기자
2018.01.11 06:00 댓글쓰기

[수첩]연초 의료계가 모처럼 웃었다. 한 해 시작을 위한 신년회 자리에 국회 여야 의원이 대거 참석한데다 박능후 장관이 직접 자리해 성황을 이룬 덕분이다.
 

지난 4일 오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공동 개최한 ‘신년하례회’ 참석자들은 화합과 상생을 기대했다. 정치권과 정부도 의료계에 대한 지원 및 지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호텔에서의 행사 개최를 두고 국민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는 않다. “특급호텔에서 신년행사를 치를 때인가”라는 물음에는 의사사회 내부에서조차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수백명에게 대접한 7만5000원짜리 식사는 과하다는 지적이다. 식사비에 포함돼 대관료는 없었다고 하지만 미디어월 사용 등에도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
 

같은 날 신년교례회를 가졌던 약계와 대조를 이룬다. 오후 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열린 이날 행사의 참석자들에게는 출장음식을 통한 간식거리만 제공됐다.


넓고 깨끗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 제공의 손님맞이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대한의사협회 업무 공간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는 변명도 일부 공감이 된다.


의사협회는 의사들의 상징이자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회관 건립에 십시일반 힘을 모으고 있다.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가면서 신년 인사를 할 때는 아니라는 얘기다.


‘호텔’이 가지는 일반적인 인식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가진다. 위상을 높였기 보다는 의사들을 ‘특권의식에 물든 집단’ 또는 '기득권'으로 보는 경향을 배가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장된 면이 있지만 2000만원 월급에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지원자가 없다는 지방 대학병원 사례는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매서운 칼바람의 겨울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의사들의 간절함을 ‘밥그릇 챙기기’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국종 교수의 영향으로 나아지긴 했지만 미디어에서 보여진 ‘탐욕스러운 의사’는 보편적인 대한민국 의사들의 현재 위치다.
 

국민들도 이제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의사를 비롯한 의료계 희생으로 이를 유지한다는 사실엔 의문을 제기한다.


한 개원의는 “매년 호텔에서의 신년하례회지만 이번 만큼은 대학 강당 등에서 개최했으면 어땠나라는 생각을 가졌다”면서 “민감한 시기 작은 부분까지 고려하는 세심한 전략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 의료계는 거친 표현을 빌자면 전쟁 중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등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부와의 일전에서 의사들 단합은 승리의 열쇠며 국민 지지는 승전의 지름길이다.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자세를 변화시킨 전국의사궐기대회는 내부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작은 승리에 도취해 축배를 들기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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