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 자문단 공개와 국민 신뢰
김민우 기자
2017.10.28 07:22 댓글쓰기

[수첩]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이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수렴된 반대 여론에 부딪쳐 끝내 무산됐다.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공약 단계에서부터 비전문가 주도로 추진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론화위가 '전문가도 있다'고 발표한 명단에도 막상 원전 전문가는 한 두명에 불과했다.


결국 공사가 중단됐던 신고리 5·6호기는 원전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3개월 만에 지개됐다. 이동안 발생한 시공사의 손실비용만 현재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부담하게 된다. 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 혈세 1000억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와 유사한 일이 지금 의료계에서도 일어나려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전문가를 중심으로 내실있게 짜여졌는지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케어 입안 과정 시 참여했던 공무원과 외부 민간 전문가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아울러 "5년간 혈세 30조6천억원이라는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는 정책에 참여했던 외부 전문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블라인드(Blind) 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파탄 우려가 있는 정책에 참여한 전문가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했는지, 그들의 주장은 무엇이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윈회도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복지부는 외부 민간 전문가명단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를 거부했다"며 "국민 혈세 30조원을 사용케 하는 이들이 자신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강조하는 투명한 정책과, 국민과의 소통, 국민의 알 권리는 어디로 간 것인가"라고 가세했다.


이에 복지부는 입안 과정에 의견을 수렴한 전문가 명단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한 번 만나보거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신고리 건설 중단과 문재인 케어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탈(脫) 원전'과 달리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인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9월10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발표 결과 긍정 응답 74.1%) 야당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한다는 문재인 케어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복지정책, 특히 의료분야의 경우 한번 시행하면 향후 그 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등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운 만큼 시행에 앞서 세밀한 점검이 요구된다.


여기서 정책 입안 과정에 '누가' 그리고 '어느만큼' 참여했는지는 의료 공급자인 의료계는 물론 수요자이자 '혈세'를 내는 국민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가 앞으로 할 일은 명료하다. 문재인 케어에 참여한 의료계 전문가가 누구인지, 그 전문가가 자문한 내용이 어떤 것이고 타당한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비전문가 주도로 추진됐다면 지금이라도 전문가 자문단을 모아 다시 차근차근 논의를 하면 된다. 수십조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안인 만큼 서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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