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왓슨' 서울行 암환자 발길 돌릴 구세주될까
가천길·부산대 등 지역 3차병원 'IBM 인공지능(AI)' 속속 도입
2017.01.27 06:55 댓글쓰기

미국 IBM 인공지능(AI) 왓슨 기반의 암(癌) 치료가 국내서도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흐름에 서울 '빅4 병원'이 아니라 지역 거점 병원들이 먼저 올라탔다. 지역 병원들의 발 빠른 시도가 불러일으킬 변화가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대학교병원은 지난 1월25일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IBM 왓슨 기반 암 치료를 시작했다.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와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 를 함께 도입한 사례는 처음이다. 


두 가지 왓슨 솔루션으로 의사들이 방대한 분량의 암 리서치 및 데이터를 환자 유전체에 특정된 정보와 함께 평가해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왓슨 포 지노믹스는 방대한 의학 문헌 및 의약품 정보와 더불어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 환자별 고려 가능한 치료 옵션을 추천한다. 종양의 유전자 프로파일과 암 유발 유전적 변이에 관한 정보까지 함께 제공해 환자 맞춤형 암 치료를 가능케 한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MSKCC) 종양학 전문의들의 노하우가 담겼다. 의학 학술지 300여 종과 의학교과서 200여 권, 1500만 페이지가 넘는 전문자료를 학습했다.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적합한 치료방법을 분류하고 점수를 매겨 근거와 함께 치료법을 제안한다.

부산대병원 이창훈 병원장은 “동남권 최고의 거점 국립대학교병원으로서 지역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왓슨 기반의 온콜로지 및 지노믹스 도움을 받아 세계적인 수준의 암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부터 인공지능 기반 암 치료를 시작한 길병원. 현재 병원을 찾는 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월 5일 대장암 3기 환자를 첫 진료한 이후 매주 평균 20여 명을 진료하고 있다.


현재 왓슨은 대장암, 직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등에만 적용되고 있다. 조만간 자궁경부암과 난소암 진료를 시작하면 올해 말까지 전체 암의 85%를 커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길병원은 매년 내원하는 5만 명의 암환자 중 1만 2000명에게 인공지능 기반 암 치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 이언 단장은 “최적의 치료법이 도출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MSKCC 수준의 암 치료 서비스를 문턱을 낮춰 제공하니 환자들 만족도가 높다”면서 "인천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게 우선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국내서 왓슨을 도입한 곳은 모두 서울 이외의 지역 상급종합병원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길병원과 부산대병원 외에 지방 대학병원 1~2곳이 IBM 왓슨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충남대병원은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료과에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진료과 차원에서 길병원의 왓슨 포 온콜로지 운영 사례를 견학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도입을 전제로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역 병원들이 왓슨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배경에는 암환자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계 한 인사는 “왓슨 하나로 국내 최고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충성도를 단번에 뛰어 넘을 수는 없겠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유명 병원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왓슨을 활용해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양질의 암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빅5 병원 선호 현상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단순한 마케팅 도구에 그치지 않으려면 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게 관건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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