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 넘치는 연말, 무대 오른 ‘의료인 폭행방지법’
윤영채기자
2016.12.30 09:05 댓글쓰기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도 끝자락에 다다랐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고마웠던 사람들과 함께하는 송년회도 이어지고 있다.
 
연말연시 술자리가 증가하면서 첫 시험대에 오른 법이 있다. 바로 ‘의료인 폭행 방지법’이다.
 
그동안 의료인에 대한 크고 작은 폭행사건이 잇따르자 지난 5월 ‘의료인 폭행 방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르면 진료 중인 의료인과 의료종사자, 치료를 받는 환자 모두에게 폭행이나 협박이 발생하면 5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기존 벌금형보다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의료인 폭행을 근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8일 광주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약 1시간 동안 의료기기 등을 파손하며 횡포를 저지른 조직폭력배가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 8월에는 경상북도 고령의 병원 내과 전문의가 80대 환자에게 피습을 당한 데 이어 몇일 뒤 광주시 한 치과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치과의사가 찔리기도 했다.
 
진료실 폭력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 중에 있지만 거듭된 의료인 폭행은  법안 자체의 실효성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
 
명분뿐인 법안이 되지 않기 위해 병원 내 주취 소란 비율이 증가하는 연말연시는 ‘의료인 폭행 방지법’의 첫 평가대와 다름없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의료인 폭행 사건을 유형별로 분석해 개선점을 도출하고 반영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의료현장에서는 법 적용 대상에 대한 보다 폭넓은 홍보 및 교육이 시급하다. 현재 동영상과 포스터 부착 등을 통해 환자들에게 의료인 폭행 근절에 대한 내용을 알리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인 폭행 방지법에 대한 포스터를 병동 내 붙여두었지만 환자들에 대한 홍보 방법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의료진 또한 폭행을 경험한 후 증거 확보, 신고 절차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동안 축적된 의료인 폭행사건에 대한 충분한 사례 분석을 통해 노출된 문제점을 순차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국내에 만연한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 해소 분위기 조성도 시급하다.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불안전해지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혼란’이 만연한 사회에서 전문가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는 더욱 그렇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전제된 사회에서 의료인 폭행 방지법은 날개를 달 수 있다. 연말연시 시험대에 오른 의료인 폭행 방지법의 안정적인 정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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