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대 현실은 사실상 ‘폐교’ 분위기
상위 1~2% 예비의사들에 드리워진 짙은 '패배의식'
2016.10.24 10:45 댓글쓰기

[현지 르뽀]지난 6월 7일 서남대학교 구재단이 더 이상 학교존립이 어렵다고 판단해 의과대학을 폐과하는 안(案)을 교육부에 제출하면서 ‘서남의대 폐과’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서남대 신재단과 지역 정치인, 종교, 사회단체 등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예수병원과 명지병원이 재정기여자로 거론되며 여전히 답보상태다. 

지난 9월 2학기가 시작되기 전(前) 학교 정상화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무런 대안 없이 새 학기가 시작됐다.

의대생들은 마지막 카드였던 ‘단체휴학’도 무산되면서 하나, 둘씩 등록을 했고 다시 악몽과 같은 2학기 수업이 시작됐다.

도대체 학생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부실교육이라고 주장하는 지 2학기 개강직후 데일리메디가 직접 전라북도 남원시 광치동에 위치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찾아봤다. 그리고 의대생들이 원하는 정상화 방안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오로지 ‘수강신청’

존폐 기로에 놓인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육환경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여느 대학캠퍼스와 다른 풍광이 연출되고 있었다. 2학기가 시작되고 돌아온 재학생들로 생기가 가득 넘쳐야 하는 캠퍼스에는 무성한 잡초가 자리 잡고 있었고 학생들이 없는 침침한 건물에는 이미 폐교를 한 것 같은 적막감이 느껴졌다.

의예과 1학년과 2학년, 의학과 1학년은 4층과 5층 일부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5층짜리 빨간 벽돌 건물은 4층과 5층만 개방돼 있었고 대부분 사용하지 않아 전등도 꺼져 있었으며 강의실과 동아리방은 학생들이 예전에 사용하던 그대로 방치돼 있다.

학생들의 마지막 카드였던 단체 휴학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작 2학기 수강신청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의예과 1학년은 재적 62명 중 휴학 14명, 재학 48명이었으며, 2학년은 재적 42명 중 단 한명의 휴학생도 없는 상황이다.

의학과 1학년도 재적 59명 모두 2학기 등록을 마쳤고 2학년과 3학년은 각각 1명과 2명이 휴학을 선택했으며 졸업반인 4학년도 전원 등록했다. 

서남의대 한 학생은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휴학은 하지 않기로 얘기가 됐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개별적인 휴학은 학생 개개인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단체행동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반면 예과 1학년에 휴학생이 많은 이유는 부실의대를 탈출하고자 2017학년도 수능시험 반수를 준비하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의예과 2학년 학생 중 한 명이 기자에게 다소 황당한 질문을 했다. 의대에는 보통 의사출신 교수가 몇 명이 있냐는 것이다.
 

“다른 의대는 MD출신 교수가 몇 명이나 있나요?”

의대에 의사출신 교수가 몇 명 있나니 이건 무슨 말인가? 대부분의 의대는 기초의학 몇 명을 제외하고 전부 의사출신이다. 그러나 서남의대는 의사출신 교수가 단 1명밖에 없다고 했다.

학생들은 “모든 수업이 교양으로 채워졌고 전공과목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학생은 “교수가 없어 ‘의학용어’ 과목이 폐강됐다”면서 “의대에서 의학용어 조차 배울 수 없다면 과연 의대라고 할 수 있냐”고 자괴감을 피력했다.

다른 한 학생은 “교육 상황은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그나마 믿고 따르던 교수님도 나가고 교육부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려주지 않고 학교와 재단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학생은 “1학년 수업에 전공과목은 없다”면서 “필수교양과 전공수업을 중복 배치해 수강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고 개선해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수교양도 타과와 중복신청하게 만들어 놓고 의예과 학생들에게 다른 수업을 신청하라며 불이익을 준다. 왜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수업은 진행되고 있으며 의사출신은 아니더라도 외부 강사로 수업하고 있다”며 “전남의대 교수가 해부학 등 일부 전공과목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모든 상황이 더 나쁘게 나락으로 떨어지며 학생들의 자존감도 땅에 떨어졌다. 

서남의대 한 학생은 “단체 휴학이 무산되고 나서부터 학생들 사이에는 패배의식이 생겼다”면서 “우리는 학생신분이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안 될 것이라는 패배감만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학생은 “우리가 지금 부실의대에 다니고 있지만 고등학교 때 1퍼센트 후반에서 2퍼센트 때의 우등생들이었다. 원광의대나 전남의대에 합격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서남의대를 선택한 것은 명지병원 때문”이라면서 “지방이 아닌 수도권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서남의대 폐과를 주장하는 것은 더 이상의 신입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내년 입시생부터 의대 인증평가를 못받으면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교육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교육부의 무책임함”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울화통이 터지기는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서남의대 한 학부모는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는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재단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죄 없는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재학생들은 명지병원에서 수련교육을 맡아 졸업시키는 것과 폐과 이후 인근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단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에는 자격이 되지 않아 취소된 예수병원이 또 거론되고 있다”면서 “의평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예수병원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없으며 부실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재단 비리와 부실교육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부모는 “최근 명지병원과 서남대 총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하다”면서 “학교는 속된 말로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산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만하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는 교육부가 더 이상의 피해학생을 양산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왜 결단 내리지 못하고 부실 거듭하고 있나”

서남의대 부실교육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부는 왜 부실교육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서남의대의 폐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일까.

피해 당사자인 서남의대생들과 학무모, 의료계에서도 폐과를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서남의대의 부실교육과 학사비리로 재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사회적으로도 손실을 발생시킨 만큼 서남의대 폐과는 타당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의과대학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라는 목적 아래 인성 교육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의학교육을 실시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훌륭한 의료인을 배출해야 함에도, 서남의대는 부실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평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폐과를 반대하고 나서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폐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전라북도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 남원시 등도 '서남의대 폐과 반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건의문을 관계 정부부처에 전달하면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전북도의회 의원 일동도 ‘서남의대 폐과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서남의대 폐과안을 낸 구재단과 교육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전북애향운동본부 임병찬 총재는 “서남대 정상화는 200만 전북애향 도민의 확고한 의지이자 350만 출향 인사들의 간절한 소망”이라며 폐과를 반대했다.

예수병원 측도 얼마 전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포럼’을 개최하고 서남대 인수 계획 및 이후 교육 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정상화 방안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학교 재단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상화방안을 교육부에 제출하고 의평원의 인증평가를 재신청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교육부의 결단이 없으면 내년 2월에 있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평가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그 사이에 지옥과 같은 부실교육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남의대 한 재학생은 “정상화가 어려운 의대 폐과를 반대하고 이렇다 할 대안 없이 지지부진하게 의대 명맥만 유지하려는 학교재단과 지역정치권은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앞날이 창창한 예비의사들의 장래를 짓밟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교육부는 8월말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서 7명의임시이사를 선출했다 또 9월 말 위원회를 추가 열었으나 상정된 안건이 없어 10월 24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