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상품화 추세···醫 '참담' 齒 '환영'
대법원 '치과의사 프락셀 레이저 합법' 판결 후 극명하게 갈리는 명암
2016.08.30 05:33 댓글쓰기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실상 보톡스에 이어 프락셀도 ‘치과의사에게 허용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의료계가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치과계에서는 프락셀 레이저도 손에 거머쥘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발표하고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무려 1만5168명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의료법 개정까지 추진, 배수의 진을 쳤던 대한의사협회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실망감이 역력하다.


의협은 “치과의사의 프락셀 등 시술에 대해 무죄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강한 유감”이라면서 “보톡스 시술에 이어 충격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이미 미용 목적 보톡스 시술을 한 치과의사에 유죄 판결을 내린 1심·2심 결과를 뒤집고, 원심 취소 판결을 내린 대법원 판단으로 의료계 내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끝이 아니었다. 치과의사가 미용목적으로 환자 안면부위에 프락셀 레이저 시술 등을 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사건도 대법원은 결국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협 "직능간 경계 무너지고 비정상적 과잉진료 초래"

의협은 “교육 및 수련의 정도, 전문지식 및 경험에 있어서의 차이가 명확하다”며 “각 의료인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의료법은 의료인 면허 제도를 통해 의료행위를 엄격한 조건 하에 의료인에게만 허용하고 무면허자가 이를 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도 각 면허범위 이외 의료행위는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대법원이 단순히 면허범위에 대해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판결을 한 것은 근간을 뿌리 채 흔드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결국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시키는 판결”이라며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상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역행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질타했다.


특히 “의료행위를 전문적 지식 및 경험 여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고, 그 선택은 오로지 소비자에게 맡긴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회와 보건복지부에는 결단력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금부터라도 적극 나서서 의료법상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등 즉시 관련법을 명확히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의료영역 등 전문분야에 대한 판단 기능을 상실한 사법부보다 현명한 국민들께 묻고 싶다고 했다.
 

의협은 “부작용에 대처하지 못하는 치과의사에게 보톡스 시술을 받을 것인가, 합병증을 예측할 수 없는 치과의사에게 프락셀 시술을 받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프락셀에 대해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어 학술대회에서 사진전까지 개최, 심각성을 환기시켰던 경기도의사회도 대법원 판결에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 안전은 생각하지 않은 채 편의성만 따진 편협한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에 나섰다.


경기도의사회 역시 “이번 판결로 의료계 직능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비정상적인 과잉 진료와 각종 부작용을 유발해 결국 국민이 그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인 레이저 시술마저 경계가 무너진다면 일반적·보편적인 치료 영역에서 허물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치과의사들의 레이저 시술로 인해 국민 건강권이 훼손되고 안전이 조금이라도 위협을 받는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회나 보건복지부가 법 개정·행정력으로 해결할 문제를 법원 결정으로 떠넘기는 모습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기도의사회는 “향후 국회나 복지부는 관련법 규정을 재정비해 이와 같은 직능 간 갈등과 과잉진료를 예방하고 국민 건강권을 수호하는데 의료계와 함께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치협 "보톡스 이어 프락셀 판결도 당연한 결과"

의료계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면 치과계는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재천명하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치과의사협회는 “이번 결정은 지난 치과의사 안면 미용 보톡스 시술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전원 합의체 판결(대법원2013도850) 연장선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면부는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면허범위 역시 재지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치협은 “보건의료계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며 “치과의사가 안면 관련 시술을 해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 만큼 앞으로도 진료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치아, 구강, 턱, 얼굴 부위 전문 의료인으로서 국민 건강권 수호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최상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앞장 서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대립각을 세웠던 의협에는 “소모적 법적 분쟁이나 왜곡된 주장을 멈추고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데 앞장서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정숙경·김진수 기자 (jsk6931@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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