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17개월·인제대 13개월·경희대병원 12개월
주요 대학병원 “밀린 의약품 결제대금 언제 다 갚지” 한숨 깊어져
2016.05.24 07:00 댓글쓰기

'병원들의 의약품 대금 늑장 결제’ 논란 이후, 결제기한을 강제하는 법안이 마련돼 내년 12월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지급 여력이 부족한 일선 병원에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병원계의 이 같은 고민은 최근 열린 메르스 발병 1년을 점검하는 토론회에서 가감없이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한양대학교병원은 보통 의약품 결제가 1년이 훨씬 넘는데 평균 17개월치 의약품 대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김경헌 한양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최근 19개월치 중 두달치 대금을 결제했다. 유예기간까지 다 갚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값이 왜 밀렸겠느냐”며 “직원들 급여는 줘야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 병원은 과거 명성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 이제 병원의 존재를 걱정해야 하는 위치까지 와있다”고 토로했다.

 

역사가 긴 병원일수록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커지기 마련이다. 한양대병원 역시 그 무게감이 적잖게 짓누르는 듯 했다.
 

김 원장은 “직원들 퇴직수당과 상여금도 상당하다. 퇴직수당의 40%는 사학이 내도록 돼있는데 직원 1인당 3000만원씩으로만 계산해도 900억원에 달한다. 매년 호봉은 올라가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정년은 60세로 해놨다. 이에 대한 부담은 상상외로 크다”고 밝혔다.
 

여기에 ‘전공의특별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등으로 향후 병원들 인건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각종 규제와 수가 억제 등으로 병원 경영난 가중되는데 소요 비용은 지속 증가"
 

이러한 고민은 비단 한양대병원만의 얘기가 아니다.
 

앞서 복지부가 지난 2013년 국회에 제출했던 `약국 대금결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종합병원 대금결제기간은 평균 173일로, 6개월 이상인 기관이 48%에 달했다. 의료기관 두 군데 중 한 곳은 평균 반년이 넘는다는 것이다.


백병원은 13개월, 경희대병원 12개월, 순천향대병원은 10개월치 대금이 밀려있어 이를 각각 갚아야 하는 실정으로 알려졌다.


지방의료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김왕태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장은 “우리는 약값이 36개월 밀렸다. 이게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의료재난 발생 시 공공의료의 기능과 함께 동원 능력, 긴급성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일시적인 수가 인상이 아닌 인력 충원을 유도하기 위한 인력 가산 형태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장은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잣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복지 혹은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관 경영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제한하고 있지 않느냐. 또 병원을 일자리 창출의 주요 산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병원 경영난이나 인건비 가중 문제 등은 시장주의적인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잘나간다고 하는 소수 대형병원들하고는 사정이 다르다. 의약품 결제대금 논란이 불거지자 특정 병원은 1인실을 대폭 늘려 몇십억원대의 빚을 갚았다고 한다. 이는 결국 환자들은 물론 국민한테 부담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개정 약사법’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한 의료기관과 약국에 약품대금을 6개월 이내에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초과할 경우 연 20% 이내의 이자를 물어야 하며 시정되지 않으면 허가취소와 업무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해당 법안은 2년간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2017년 12월 23일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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