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와 전문성
박근빈 기자
2016.04.06 06:22 댓글쓰기

[수첩]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에 조금은 생뚱맞은 경력의 소유자가 임명됐다. ‘행정’이라는 큰 범주에서는 나름 입지를 인정받고 있지만 ‘의료’ 분야는 경험이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4월1일 신임 급여상임이사에 장미승(53) 여성유권자연맹 부회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장미승 급여상임이사는 대통령 비서실 교육문화 및 정무수석실 행정관 등을 역임하면서 공보험과 복지행정 등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풍부한 학식과 경륜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이해관계자와 소통·조정 능력을 두루 갖춰 급여상임이사 직위에 적임자라고 건보공단 측은 설명했다.

 

장 신임 이사는 2018년 3월31일까지 2년 간 급여보장실, 보험급여실, 급여관리실, 빅데이터운영실, 건강증진실 등의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향후 장미승 이사의 행보가 자연스럽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문제는 전문성 부재다.

 

급여상임이사는 수가협상을 진두지휘하고, 현지조사나 사무장병원처럼 의료계에서 상당히 민감한 분야를 담당하는 만큼 통상 보건의료 및 보건행정 분야 전문가가 임명됐다.

 

보건복지부 실‧국장급이나, 건보공단 본부장급 등 적어도 동종 계통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됐다.

 

전임자인 이상인 前 급여상임이사 역시 복지부 감사관 출신으로 운영지원과장, 기초노령연금과장, 노인지원과장 등 30년 넘게 건강보험 관련 업무를 도맡아 진행했다.

 

한문덕 前 급여상임이사 역시 복지부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설립추진단장, 노인정책과장, 생명과학단지팀장, 질병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반면 장미승 신임 급여상임이사는 이들과 전혀 다른 경력을 보유했다. 여성, 정치, 교육, 문화가 그를 상징하는 단어다.

 

왕성한 활동을 벌였지만 급여상임이사에 부합하는 경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이 앞으로 업무 수행에서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낙하산 인사, 자질 논란도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익명을 요구한 건보공단 관계자는 “윗선에서 내려온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내부적으로도 자질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티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미 마무리된 상황인데 말을 해봐야 오히려 긁어부스럼 된다. 어차피 주요업무는 실무자들이 담당하고 있으니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의 증진을 주요 목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즉 건강보험의 중차대한 역할 수행에 적합한 경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으로 소개됐지만 실제 활동 분야는 ‘교육청소년문화분과’였다. 특히 국민 의료보험 개정안 마련의 주역이라는 소개와 달리 1988~1989년 당시 통일민주당 정책실에서 여성 및 민원담당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복지와 맥락을 같이하는 복지행정을 전공해 건보제도에 풍부한 학식을 갖췄다는 부분도 말이 많고 학력과 관련해서도 일부 의혹이 제기됐다.

 

신임 급여상임이사 이력서에는 ‘2012년 동국대학교 복지행정 박사과정 수료’라고 명시됐는데, 당시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에는 복지행정 전공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국대학교 관계자는 “1988년부터 2008년까지 복지행정학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사회복지로 바뀐 상태다. 지금은 동국대 전산원에서 복지행정학 수업이 진행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기관장(長) 인사가 아님에도 세밀한 부분까지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그만큼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 역할이 의료계에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성 부재 등 여러 사안이 불거지고 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업무 효율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