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 악수? 우려감 키우는 복지부
김성미기자
2016.02.01 08:46 댓글쓰기

보건복지부의 장고(長考)가 1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의 해답을 숙고하는 동안 의료계와 한의계는 또 다시 거리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복지부가 숙제를 떠안은 것은 지난 2014년 12월 28일 국무조정실이 단두대에 올린 규제 중 하나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지목하면서부터다.

 

국무조정실은 2015년 상반기까지 의료기기별 유권해석을 통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진단·검사기기를 정하도록 복지부에 주문했다.

 

규제 개혁 바람에 힘입어 한의계가 2013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허용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 등 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의료기기 외에 초음파와 엑스레이 등 사용을 요구하고 나서자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지난해 1월 20일 급기야 단식 투쟁에 돌입했고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도 8일 뒤 단식을 시작하며 맞불을 놓았다.

 

복지부는 양 직역의 대립이 격화되자 지난 7월30일 복지부, 의협, 한의협이 참여하는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협의체’를 꾸려 중재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9월 3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11월 9일까지 다섯 차례 시도된 협의는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버렸다. 복지부가 제시한 중재안은 무용지물이 됐다.

 

타협점을 찾으려는 복지부의 시도가 무위가 된 지금 의료계와 한의계는 김필건 회장이 골밀도측정기를 시연한 이달 12일을 기점으로 서로를 향한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소송과 비방이 난무하고 일반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한 여론 조사에 대해 서로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또 다시 불 붙고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 역시 높아지고 있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타협’을 전제한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의료계와 한의계 등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 협의체 논의를 이어간다"는 것이 복지부 관계자가 전한 방침이다.

 

워낙 첨예한 사안인 만큼 양측이 협의를 통해 결과물을 내놓으면 복지부가 이를 토대로 방침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물론 복지부의 바람처럼 최선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다. 하지만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지난 1년동안 벌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확인됐다.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어렵다면 차선을 찾아야 한다. 차일피일 결정을 미룬다고 해서  묘안이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고, 사안이 사안인 만큼 양 직역 모두를 만족시키기도 어렵다.

 

결국 문제 해결의 키를 쥘 수 있는 건 복지부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양 직역의 갈등에 손 놓고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소신 있는 결정을 내려 갈등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장고 끝에 악수 두는 우(愚)를 범하기에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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