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오미 역습과 한국 의료
허지윤기자
2016.01.22 08:47 댓글쓰기

'샤오미와 화웨이.' 애플과 삼성의 그림자를 뒤쫓던 중국산 브랜드가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전자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 위탁생산으로 쌓은 제조 노하우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기술력까지 높인 것이다. 결국 최근에는 삼성과 LG 등이 중국에 역습을 당했다는 진단까지 제기된다.

 

최근 중국 지자체와 현지 병원들이 국내 병원들의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에는 중국 오양그룹과 판핑그룹이 잇따라 방문했고, 미즈메디병원은 지난해 12월 중국인민병원과 의료협력 확대 등을 약속하며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차병원그룹은 지난 2014년 중국 유니케어헬스그룹과 중국 내 불임센터(IVF)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산아제한정책을 폐기하고 ‘전면적 1가구 두자녀 정책’을 도입하면서 중국 병원들이 한국 의료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여성전문병원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 의료기관들이 중국 현지 헬스케어 기업 및 병원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중국에 비해 한국의료는 우위에 있는 요소들이 많은데다 중국 환자들이 국내 병원들의 의료수입에도 큰 영향을 끼치면서 중국 시장 공략을 모색 중인 의료기관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병원은 중국시장에서 중요 요소로 알려진 ‘꽌시’를 발판으로 의료기술을 수출하거나 현지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지역에 45개 한국 의료기관이 진출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은 중국 신화진그룹과 함께 칭다오에 세브란스칭다오병원을 설립키로 해 현지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그밖에 여러 병원들이 중국 현지그룹과 교류하며 중국 진출 전략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앞서 중국에 진출한 의료기관들 중 상당수가 매출 부진, 파트너와의 갈등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이미 철수했다.

 

물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에는 국경이 없다. 하지만 우위를 선점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산업의 측면에서 ‘실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이는 곧 실패를 의미한다.

 

차병원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년 동안 중국 쪽에서 우리 병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차병원그룹은 중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적극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알짜만 쏙 빼먹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쫓아낸다는 말도 들었다"며 "병원들의 해외진출은 신중하게 고려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준비되지 않은 중국 진출은 국내 의료기술과 노하우가 유출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샤오미와 화웨이의 역습처럼, 자칫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 한국 의료기관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세상에서 가장 못미더운 것이 바로 꽌시다.” “당신의 아내를 사업파트너로 여긴다면 그녀를 아내로 보지 마라.” 중국 최대 인터넷상거래업체 알리바바 그룹의 창립자 마윈 회장이 한 말이다.

 

우리 의료기관들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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