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병신(丙申)년 흉부외과 바람
정숙경 기자
2016.01.03 20:00 댓글쓰기

1.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해 눈빛만 봐도 통하는 오랜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팀워크가 있고 2. 핏덩이 아기들이 수술만 받으면 신형 엔진(성형된 심장)을 장착한 듯 잘 자라 훌륭한 사회인이 돼 가는 걸 보는 흐뭇함이 있다는 것 3. 선한 마음으로 수양까지 할 수 있는 것.


국내 굴지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본인 직업의 매력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의 답(答)이란다.


병신(丙申)년 새해가 시작됐다. 하지만 2016년 흉부외과 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한 서울아산병원 등 당장 임상교수 투입을 위해 분주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아 애를 먹고 있는 분위기다.


흉부외과 전문의 기근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정부가 묘책을 내놓은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기피과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급기야 올해는 서울아산병원 조차 전공의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각한 것은 현재 한국의 흉부외과 '전문의' 인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전문의'든 '전공의'든 입원환자와 수술실에서 도와줄 '의사'가 부족한 것이다.


지금처럼 기피과 전공의들의 지원을 유도하는 것뿐 아니라 전문의 등 다른 의료인력 지원도 함께 병행돼야 하는데 이는 소홀히 하면서 '전공의' 부족에만 매달리는 것은 초점을 벗어난 것이다.


흉부외과는 어려운 수련과정을 거치고서도 제대로 대우받기는 커녕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한흉부외과의사회장을 역임했던 한 회장은 "전공의 과정이 끝나면 개원가로 나올 수 밖에 없는 비정상적인 수급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레지던트를 10명 뽑으면 전문의 취득 후 2~3명 정도만 개원을 모색할 수 있도록 대학병원에서 나머지 인력을 흡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흉부외과 전문의는 "병원이 전문의를 더 뽑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게 고용창출이 일어나면 흉부외과 전공의들도 '흉부외과도 갈 자리가 많다'라며 미래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흉부외과 전문의 10명과 소아심장 전문의를 다수 고용하고 있는 세종병원이 그 예다. 세종병원은 규모 대비 많은 전문의를 고용, 이들이 하루 1명씩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는 방법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높이고 의사들의 피로도 줄이고 있다.


그 동안 위기를 극복할 기회는 있었으나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극약처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의 잦은 담당자 교체, 애매모호한 정책, 일관성 없는 방향은 정부나 흉부외과 모두를 힘들게 했다. 흉부외과가 이처럼 막다른 골목에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비록 본인에게 위험이 오더라도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사려 깊은 배려를 '소신'으로 지키고 싶어하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계속 배출돼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세계 의료를 선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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