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요식행위 수준 국정감사
김태환 기자
2015.09.23 19:48 댓글쓰기

어김없는 보여주기식 질의와 답변, 고성으로 일관된 막말성 질문과 "알아보겠다", "노력하겠다" 등 '나몰라라'식 답변만 거듭 쏟아졌다. 다름 아닌 2015년도 보건의료 분야 국정감사 얘기다.

 

앞서 올해 보건복지부를 위시한 산하기관들의 국정감사는 메르스를 차치하더라도 의약 분야에 대한 안전성 검증과 산업육성 관리 방안에 적잖은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참담했다. 피감기관 수장들은 대거 교체돼 현안에 대한 답변조차 하지 못했고, 국회 보건복지위 여야의원들은 책임자 없는 허공을 향해 아우성이었다.

 

21일 진행된 메르스 국정감사에서는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본 질의는 시작도 못한 채 산회됐다. 그나마 참석한 증인들은 7시간만에 입 한 번 못떼고 돌아서야 했다. 


이날 김춘진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등이 국감 불발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지만, 메르스 대책 만큼이나 때 늦은 소회에 불과했다.

 

특히 올해 복지위 피감기관에서는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승희 처장, 보건산업진흥원 이영찬 원장 등이 취임 두 달도 안돼 감사를 받았다.

 

취임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국감장에 선 각 기관장들이 내놓을 답변이야 뻔했다. 실제로 해당 기관장들은 "확인해 보겠다", "알고 있는 바가 없다" 등 회피성 답변과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 했다.

 

또 지난해 해외 일정을 핑계로 국감뺑소니 논란을 키웠던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는 의원들의 질문에 사무총장이 바뀌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만 내놨다.

 

할 말이 있건 없건 소신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각 기관장들의 속내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명이나 반론의 여지를 채 준비하지 못한 모습은 그 자격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각 기관장들에게 전문성을 주문한 복지위 의원들도 구태한 자세에서는 일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임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보건의료 분야의 부족한 견책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14일 식약처 국감에서는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내츄럴엔도텍 대표에게 해썹 인증과 관련해 물었지만 해당 회사는 해썹 인증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 얼굴을 붉혔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이영찬 진흥원장에게 질의했다가 해당 사업이 질병관리본부 소관이라는 말에 즉각 말을 돌려야 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17일 국감에서 기관장들의 대답이 화가 난다며 반말 질의를 거듭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밖에도 다수의 의원들이 "그 답변은 내가 물어볼 때 해라"면서 올해도 여전한 대본읽기식 국감쇼를 자행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지난 국감 동안 복지위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책임자 없는 국감에 언성만 높였고, 각 기관장들은 '앞으로 잘하겠다'며 유체이탈식 책임감만 표한 셈이다.

 

앞으로 치뤄질 종합국감에서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변할 지는 미지수지만 매년 반복되는 구태를 지켜보는 국민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미간이 펴질 날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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