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 작명 보구여관(保救女館)과 이화의료원
2015.09.11 13:37 댓글쓰기
[수첩]
여성만을 위한 최초 병원인 보구여관(保救女館)이 설립된 것은 1887년이다. ‘여성을 보호하고 구한다’는 의미로 고종황제가 이름을 지어 하사했다.

 

의료 선교자 스크랜튼 목사는 남자 의사에게 몸을 내보일 수 없는 풍속 탓에 죽기 직전에야 의사를 찾았던 한국 여성들을 위해 이화학당 구내에서 여성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무료진료가 원칙이었다.

 

보구여관은 ‘여성을 위한 의료사업은 여성의 손으로’라는 구호 아래 최초의 여성의학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의학훈련반을 조직하고 김 에스더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탄생의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의 건강권과 인권 향상을 위해 당시 누구도 가지 않던 길을 개척해 여성을 위한 의료’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이 보구여관은 현재 이화의료원의 전신이다.

 

최근 이화의료원은 제2병원(이하 마곡병원·가칭)의 구체적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또 다른 도약을 위한 혁신안이다.

 

이는 계획안에 대한 두 번째 발표였는데, 2년 전 첫 계획안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기존 1000병상 1인실 방침이 3인실 기준병상, 중환자실 1인실 운영으로 선회한 점이다.

 

1차 계획안에서 이화의료원은 1000병상 중 700병상은 상급병실료를 받지 않는 일반실로, 나머지 300병상은 특실이나 VIP실로 운영한다는 ‘파격안’을 선보였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했다. 인건비, 운영비, 건축비 등을 미뤄 짐작했을 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 고가의 검사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학자도 있었다.

 

어떤 이는 2008년 통폐합된 동대문병원을 이대목동병원의 미래라고 내다봤다. 이화의료원으로서는 혹평 중의 혹평을 받은 셈이다.

 

그럼에도 이순남 당시 의료원장은 “병원감염, 사생활 침해 등 환자들의 고충을 알면서 단순한 비용 절감 때문에 다인실을 짓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정부 정책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결단을 했다.

 

그랬던 의화의료원이 결국 3인실 기준병상, 중환자실 1인실 운영 계획안으로 마곡병원 운영 계획을 변경했다.

김승철 의료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포괄간호서비스 등 의료환경에 변화가 있었다. 검토결과 현 의료환경을 고려할 때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1인실이 아닌 적어도 3인실은 유지해야 저수가 체계를 고수하는 정부 정책 안에서 견뎌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다만 김 의료원장은 “전병상 1인실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국가가 1인실을 급여화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3인실을 점차 1인실로 바꿀 것”이라며 목표를 놓지 않았다.

 

이에 대한 평가 역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1차 계획안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현실성에 물음표가 찍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100년을 내다보는 이화의료원의 행보는 소중하다.

 

병원 운영 방침을 정할 때 계산기에서 나온 숫자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지금의 의료환경은 미래를 발전시킬 수 없다.

 

우리나라 여성 의료의 새 장을 연 보구여관처럼 이화의료원의 이번 시도는 대한민국 의료사의 한 획을 긋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의미가 크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이화의료원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행보가 제도 등에 의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극복해서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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