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참사와 외양간, 이젠 제대로 고쳐야'
백성주기자
2015.08.19 09:45 댓글쓰기

의료계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이토록 많이 회자된 적이 없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 덕분(?) 였다.

 

먼저 지난해 에볼라 사태 이후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비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아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후 이 속담은 시민단체 등이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 또는 공유한 병원의 실명을 뒤늦게 공개한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사용됐다.

 

‘소 잃고 외양간을 벌집 만든다’는 조롱도 나왔다. 메르스 사태 이후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보건당국, 전문가들과 사전 협의 등을 거치지 않은 ‘졸속 법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메르스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5월 20일부터 최근까지 국회에 오른 메르스 관련 법안은 50개에 달한다. 하지만 통과된 법률은 ‘감염병 예방 관리 법안’ 단 1건에 불과하다.

 

실제 내용이 겹치는 것은 물론 신속히 필요치 않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넘쳐났다.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실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실적 쌓기용’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다소 기대감을 갖게 하는 표현이 됐다.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 탄생을 앞두고 있는 덕분이다.

 

메르스를 계기로 불거진 보건과 복지의 불균형 지적에 따라 정진엽 前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이 대통령의 부름을 받았다. 의사 출신 장관은 1998년 주양자 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보건복지부 역사상으로는 8번째다.

 

일반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의 의미는 부정적이다. 소를 잃기 전에 먼저 대비하지 못했다는 질책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소를 잃고도 방비책을 찾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외양간이 부실해 소가 도망갔다면 원인을 찾고 그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전문가들은 “작년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 정부는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 조직은 우왕좌왕했고, 책임자들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외양간을 미리 튼튼히 짓는 지혜를 기대하기는 것이 힘들어진 현실이다.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건 게으르거나 무능력한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다행히 제2, 제3의 도망가는 소가 생기는 우(愚)를 막으려는 청와대의 노력이 엿보인다. 의료계는 외양간 고치기에 적합한 목수 임명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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