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참사에 불거진 원격의료
정숙경 기자
2015.06.26 14:54 댓글쓰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사실상 정책 수행 불능 지적을 받는 국가에 대한 피로도 역시 누적되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 대신 잘못을 의료기관에 전가시키는 대통령과 정부의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은 커져만 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메르스로 폐쇄된 일부 대형병원에게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밝혀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엎친데 덮친격이다.

 

원격진료는 아직까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제도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정책이기에 의료 분야를 포함 전문가 의견 수렴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확실한 검증 결과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때 시행해야 되는게 상식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도 역시 전문가 단체와 한마디 논의가 없었다”며 “메르스 확산 저지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와 상의도 없이 원격의료 허용을 들고 나온 상황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환자와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를 금하고 있고, 17조1항은 대면진료 이외의 처방전 발행에 대해 이를 위반한 경우 의료법 89조에 의하여 1년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과 동시에 위법 의료인에 대해 면허정지 2개월을 처분하고 있다.

 

하지만 전화진찰 허용이 의료법 34조1항과 의료법 17조1항을 고려하지 않은 적절치 못한 판단이자 형평성에 어긋난다.

 

더욱이 사스 등 과거 신종 감염병 확산 사태 등과도 일관성이 없다. 정부 스스로 현재 메르스 사태가 국가적 위기 수준이 아니라 발표하고 위기 대응 수준에 있어서 과거 신종 전염병 확산 사태와 비교해 높지 않게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번 경우에 한해 초법적인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민관이 합심해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 오해받을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은 자제돼야 한다.
 

물론 복지부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환자들이 주치의에게 계속 진료를 받고 싶다고 요구해왔다”며 “부분폐쇄 조치가 풀리는 때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했다. 환자 편의를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 의심 환자 경유 기관으로 지목된 바 있는 서울 수도권 소재 A의원 원장은 “정부가 메르스로 타격 받은 병·의원에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대형병원만 감싸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편의성·접근성 등의 개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의료법 개정을 경제활성화법으로 지정하는 등 원격의료를 환자에도 가능케 하는 의료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2013년 10월 정부는 원격의료 허용 개정안을 공고했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반발을 고려, 같은 해 12월 원격의료 전문기관 개설을 차단하고 주기적 대면진료 의무를 규정하는 등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수정안에도 불구하고 반발은 끊이지 않는 상태다. 의료계는 대형병원이 원격 의료에 나설 경우 지방 병원과 동네의원 및 약국이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도 의료 영리화의 전초 단계라는 의심을 보내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4월 정부는 다시 한 번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30여개 경제활성화법 중 통과되지 않은 몇 안되는 법안으로 1년여 넘게 계류된 상태다.

 

원격의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피치 못할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는 것이다.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복지부는 신뢰를 상실했다. 이번 삼성의 조치도 순수한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 측면에서 예기치 않은 후폭풍을 맞았다. 더욱이 야당에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강력한 반대 명분까지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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