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식 보도와 메르스 공포
2015.06.18 22:54 댓글쓰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6월16일 기준 확진자는 154명, 사망자는 총 19명으로 여전히 증가일로다.

 

대한민국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메르스를 다루는 언론들의 보도 열기도 뜨겁다.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부터 국민들의 불안한 정서를 조명하는 보도까지 메르스는 수 주째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국가적 재난 상태에 돌입한 만큼 언론은 보다 신속하고 더욱 깊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메르스 뉴스 생산에 주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주마식 보도 경쟁은 자칫 구심점을 잃은 뉴스 생산으로 국민들의 불신과 메르스 공포를 과도하게 확산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갖는다.

 

지난 11일 발생한 35번 메르스 확진자 사망 오보는 지나친 보도경쟁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당시 해당 언론은 '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사망'이라는 속보를 통해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뉴스는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국내 최고 병원 소속 젊은의사가 메르스로 뇌사에 처했다는 뉴스는 국민들의 메르스 공포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뉴스가 오보임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메르스 의사 사망을 놓고 혼란에 빠졌다. 어떤 뉴스가 진짜인지 여부를 믿을 수 없는 언론 불신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는 앞서 '감염병 보도준칙'을 제작, 배포했다.

 

감염병 사태에 직면했을 경우 언론이 과도한 보도 경쟁 및 표현으로 국민 불안을 조장하지 말고,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보도로 건강한 감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게 골자다.

 

메르스 발생 초기 보건복지부가 각 언론사에 감염병 보도준칙을 전달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서다.

 


모바일, 인터넷, SNS 등 다매체·다채널 미디어 시대에 뉴스 한 줄에 따른 여론 파장은 적지 않다. 이미 국내는 메르스 확산으로 글로벌 의료관광객이 몇 주만에 급감하고 국가 이미지에도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메르스 공포에 따른 위축된 국민 심리는 비단 마스크 착용 및 대내외 감염 예민도 증가라는 개인 방역 수준에만 영향을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국가 경제 및 골목상권 경제 하락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국내 도처 상인들이 메르스 관련 정치적 행보를 감행하는 정치인들에게 분노섞인 비난을 전하는 원인 역시 얼어붙은 길거리 상권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하는 이유에서다.

 

시간과 장소, 국경을 뛰어넘어 실시간 뉴스가 공유되는 오늘이다. 신속 정확한 뉴스 보도는 언론의 존재 이유이자 의무다.

 

메르스 불안으로 국민들의 정부과 언론, 의료계에 대한 시선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다. 공중 엘리베이터, 지하철,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기침만 잘못해도 따가운 눈총을 받는 지금이다.

 

이럴때일수록 언론은 그릇된 욕심에 기인한 경주마식 뉴스 보도로 국민 불신을 스스로 야기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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