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협회 1:1 매칭 프로그램 과연 성공할까
2015.04.03 09:49 댓글쓰기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콜라 시장은 외국 회사의 독무대다. ‘콜라 중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중들이 즐겨 찾는 음료이지만, 대형마트부터 동네 구멍가게까지 온통 외국 브랜드 콜라만이 가득하다.

 

지난 1998년, 이 같은 콜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업체가 있었다. 범양식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범양식품 박승주 회장은 콜라 독립이란 의미를 가진 ‘8.15 콜라’를 선보였다.

 

8.15 콜라는 당시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우리나라 상황과 맞물려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시장 점유율 15%까지 기록했다. 애국심 마케팅이 적중했다는 세간의 평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8.15 콜라는 지난 2004년 돌연 자취를 감췄다. 글로벌 기업 마케팅과의 격차는 현격했다. 대중들의 입맛도 냉정했다. 결국 범양식품이 부도를 맞았다.

 

지난해 7월 8.15 콜라의 재출시 소식이 전해졌다. 편의점 음료 제조업체 프로엠이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활용한 제품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프로엠의 8.15 콜라가 선방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8.15 콜라는 제품 품질과 브랜드 가치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고객의 눈높이는 더 이상 애국심 마케팅만으로 사로잡기 힘들다. 글로벌 기업의 콜라 제조 원천기술 없이 비슷한 맛과 향을 가진 국내산 콜라를 내놓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아직 영세한 규모를 가진 상당수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추구해야 할 전략 방향성은 이 부분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단번에 줄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와 같은 공격적인 M&A로 기술 노하우를 습득할 여력을 가진 기업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황휘 회장이 발표한 ‘1:1 매칭 프로그램’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월부터 제7대 회장 임기를 시작한 그는 “임기 내 역점 사업으로 제조사와 외자사 간 매칭을 시켜 상호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협회는 제조사와 외자사를 아우르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대표 단체임을 자청해왔다. 그러나 막상 회원사끼리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동 연구개발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은 미비했다.

 

지난해 시작된 의료기기 상생협력포럼의 경우 나름대로 업계와 정부기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인허가 관련 제도 개선에 집중돼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황휘 회장은 “1:1 매칭 프로그램으로 외자사가 갖고 있는 특장점을 배워 제조사가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며 “협회 임원으로 참여한 외자사도 첫 이사회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무리 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자사의 경우 신규 제품, 기술을 물색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글로벌 및 자사 내부 기준에 부합하는 우수한 국내 제품이 있다면 얼마든지 계약을 체결할 의향이 있다는 전언이다.

 

반대로 제조사는 제품 사양, 품질, 디자인 등을 외자사 기준에 맞춤으로써 해외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결국 ‘1:1 매칭 프로그램’은 상호 간 이득을 볼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단순하게 이야기 하자면 해당 프로그램은 외자사는 ‘어디에 판매할만한 물건이 없나’이고, 제조사는 ‘누가 우리 물건 사주거나, 해외에 대신 수출해주지 않나’라는 양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1:1 매칭 프로그램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협회가 프로그램 참여 희망 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철저히 수집·분석해 상호 간 이득을 볼 수 있는 기반을 어느 수준까지 조성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참여 희망 기업수를 늘리는 것도 관건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어느 외자사가 괜한 시간·비용을 투자하며 ‘제조사 돕기’에 나서겠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황휘 회장 발언 이후 비관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외자사와 협력은 불가피하다. 특히 협회가 ‘국내 의료기기 대표 단체’라면 이번 1:1 매칭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회원사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황휘 회장의 취임 후 대외적으로 선포한 첫 번째 주요 사업이 향후 어떠한 성과를 거둘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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