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튜닝사업과 보건의료 빅데이터
2015.01.05 08:47 댓글쓰기

2013년 창조경제 바람이 자동차 튜닝업계에도 휘몰아쳤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인 우리나라 튜닝시장 잠재력이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자동차시장 대비 튜닝시장 규모가 미국이 1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6%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난해 8월 규제완화 등 시장 활성화 정책을 쏟아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창조경제를 달성하겠다며 경쟁적으로 법안을 고치고 유사한 행사를 열었다. 심지어 국토부는 '한국자동차튜닝협회(KATO)'를, 산자부는 '한국튜닝산업협회(KATIA)'를 각각 인증했다.

 

결론적으로 산업 활성화는 커녕 업계와 국민은 혼란을 겪었고, 부처 간 힘겨루기에 튜닝산업은 지지부진 세월만 흘려보냈다.

 

급기야 정부가 직접 나서 지난 6월 열린 '제2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튜닝산업 진흥대책 등 관계부처 합동 방안을 발표하며 사태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양상이 빅데이터 활용을 두고 보건의료계 공공기관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각 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진료정보를 포함해 전 국민 의료정보를 취합, 가공해 각종 생산물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 기관 행보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있다. 행정력 및 예산 낭비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정작 해당기관들은 "사업 성격이 다르며 생산하는 정보도 차별화돼 있다"면서 "중복 우려가 없다"는 말만을 반복한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까지 나서 "두 기관 간 중복되는 것은 없다"면서 "공공데이터개방협의회를 운영해 제공 서비스, 데이터, 절차, 예산, 계획 등을 총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은 건강검진, 보험료, 진료내역 등 데이터를 가공해 공개하고, 심평원은 각종 정보를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기관 간 업무 중복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복지부가 앞서 언급한 공단과 심평원의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에 큰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공단이 진료정보와 다음소프트의 검색 빅데이터를 접목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복지부가 2015년 주요사업으로 선정한 '건강주의예보서비스'와 심평원이 기상청과 함께 추진 중인 '일자별 질병정보 예측서비스'에는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근본적으로 두 기관 모두 진료정보라는 동일한 기반을 갖고 있다는 유사성으로 인해 이를 취합, 정리, 가공하는 과정 역시 일정부분 중복되거나 비슷한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빅데이터는 일반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계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지난 10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하마둔 뚜레 사무총장이 에볼라 확산방지대책을 두고 의료관련 빅데이터 활용을 중요 방지책으로 제시하고, 미국이 2015년부터 전자의료기록(EMR) 도입을 의무화하겠다는 발표를 예로 들지 않아도 그 중요성은 이미 널리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요성과 함께 필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성과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중심추의 존재, 적절한 지원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을 살펴보면 이 셋 모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주장하며 단 한 푼의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고, 복지부는 국토부와 산자부의 경쟁을 지켜보면서도 정작 협의회라며 1번의 회의를 주최한 것이 전부다.

 

더구나 공단과 심평원은 '완벽한 보안'이라며 각종 학회 및 기관, 업체에까지 자료를 제공하며 정작 둘 간의 업무 조율이나 공동사업에는 관심이 없는 눈치다.

 

빅데이터 분석의 대가로 알려진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은 최근 열린 보건의료계 행사에서 "결론은 인간이 내리는 것이기에 데이터는 감당할 힘이 있는 사람에게 줘야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건보공단과 심평원, 더 나아가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진정으로 근거라는 양날의 검을 감당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