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비애 '수술실 습격사건'
2014.10.22 10:37 댓글쓰기

수술실은 의사들이 가장 신성시 하는 공간 중 하나다. 감염 예방을 위한 소독은 기본이고 한 치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기에 늘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다.

 

환자에게는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행복과 절망이 교차하는 곳이며 의사들에게는 자신의 전문성을 가장 압축적이고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수술실이다.

 

이렇듯 환자, 의료진의 전유물이 돼야 할 수술실에 낯선 자들이 들이닥쳤다. 현지조사, 압수수색 등의 목적 아래 경찰과 민간 보험사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수술실에 난입했다.

 

동료·선후배 의사들은 이번 일을 ‘수술실 습격사건’으로 명명하고, 분노와 격분을 넘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진행했다.

 

수술실 습격은 이렇게 이뤄졌다. 경찰은 서울 강남의 한 이비인후과의원이 미용 목적의 코 성형 수술을 해주고 치료 목적의 비중격교정-비성형술로 진단명을 변경해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한 혐의를 포착했다.

 

해당 의원에 따르면 경찰과 그 일행은 압수수색을 한다는 이유로 수술실에 진입했고, 마취 후 수술 중인 의사를 향해 무리하게 질문하는 등 환자를 위험에 노출시켰다.

 

당시 수술 받던 환자는 이번 일을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사건으로 떠올리며, 진실 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처럼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해당 사태는 원장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의사단체들이 직접 나서 법적 싸움에 뛰어듦에 따라 의료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된 상태다.

 

더욱이 의료계는 수술방에 무단으로 반복 난입해 수술을 방해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보험사 직원들의 공무원 자격 사칭 등을 내세우고 있어 이번 사건의 무게감은 더욱 가중됐다.  

 

특히 이번 기회에 의료계는 강압적으로 이뤄지는 의료기관 현지조사 문제를 부각시켜 관계당국에 개선책 마련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당 청구·보험 사기는 의료계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 먹는 좀 먹는 행위이자 명명백백히 밝혀 범법 사실이 있을 시 엄중 처벌해야 하는 사안이다. 혐의가 있어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압수수색 범위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고, 환자가 의료진에 온전히 의지한 채 누워 있는 수술실까지도 포함되는 것인지 진정으로 묻고 싶다.

 

가벼운 시술이든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수술이든 수술실에 있는 의사를 벌벌 떨게 만들고, 환자를 아찔하게 만드는 무리한 수술실 압수수색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녕과 건강증진에 이바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악당 캐릭터로 전락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방식으로 의료계, 국민들과의 신뢰 관계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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