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유예된 의료기관 주민번호 수집금지
2014.08.22 13:31 댓글쓰기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병원에 6개월의 한시적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당장 큰 혼란을 피한 병원들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미 1년 전 예고된 정책에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7일부터 적용된 해당 법령은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가 법적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병원의 경우 의료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병원 홈페이지 상의 주민번호 수집 및 이용은 예외로 인정되지 않아 진료예약 등이 문제가 됐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들이 온라인 예약을 주민번호를 통해 온라인 예약을 받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령 시행 일주일 전 서울소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병원도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병원은 갑자기 대안을 마련해야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형병원 관계자 역시 “현재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보니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8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공포하며 1년간 유예기간을 뒀다는 점에서 병원들의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 ‘시간 촉박’ 등의 사유는 변명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게다가 병원은 그동안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취약한 기관으로 지적받으며 대책마련을 촉구 받아온 바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개인정보 현장점검 결과'에 따르면 21곳 대형병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1곳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부랴부랴 진료예약은 진료절차의 일부로 인정해달라고 호소에 나섰지만, 유예기간 1년 동안 왜 이에 대한 당위성을 피력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복지부 역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교육도 실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지만 병원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

 

초진환자의 경우 주민번호를 대체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병원에만 대책 마련을 맡겨놓는 것은 방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부 병원에서 진료예약 역시 진료행위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는 주민번호 없이는 이름 및 생년월일 등의 정보가 같은 환자들을 구분하기 힘든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하루 전에 보건복지부 곽순헌 의료기관정책과장 스스로도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어 상황이 간단치만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병원계 주장대로 주민번호 사용금지에 따른 혼란이 환자 안전에 위험을 야기한다면, 병원이 관리하는 환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계도기간 6개월 동안 정부는 시스템 개편 상황, 오류사항 발생 여부 및 개선사항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병원의 몫이다. 시스템 전환 방안에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이 없다면 개인별 건강보험카드 발급 등의 대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적극적인 고민과 함께 정부에도 필요한 지원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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