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서울성모병원
2014.07.04 13:56 댓글쓰기

12억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다. 지난 1984년, 1989년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던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의 뒤를 이어 두 번째다.

 

이제 한 달 보름 후면 교황을 만난다. 4박 5일 동안 일거수일투족이 TV, SNS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실시간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 사람들을 찾아간다.

 

방송에선 ‘가난한 이들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기 위한 특집 프로그램들이 이미 방영 중이다. 방한 이후의 다양한 기획물도 준비되고 있다.

 

로마 교황청과 한국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4일 오전 10시30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해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교황은 방한 기간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와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 등 4차례 미사를 집전한다. 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한국의 7대 종단 지도자를 만나고, 박근혜 대통령도 예방한다.

 

이를 위해 청와대를 비롯해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전월드컵경기장, 김대건 신부 생가 터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 등을 방문한다.

 

한국 천주교 최대 순교성지인 서소문 순교성지, 광화문,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 서울 명동성당 내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등도 일정에 포함됐다.

 

한국 체류 시간은 총 100시간인데, 30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여 있다. 올해 79세인 노(老)교황의 강행군은 한여름의 더위가 무색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일정에 가톨릭재단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인 서울성모병원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인데다, 처음 지을 당시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제는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체현해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살핀다’는 이념을 수행하는 대표 기관이 됐다.

 

2009년 4월 개원 당시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우리나라에 파견돼 있는 교황대사와 정부 등을 통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한국방문을 공식 타진한 바 있다.

 

방문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지만 교황의 개원 축하 메시지가 담긴 동판이 병원 측에 전달됐다. 동판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서울성모병원에서 치유와 희망을 찾고자 하는 모든 환우들이 건강을 되찾기를 기원한다”는 글이 영문과 한글로 새겨졌다.

 

이번에도 의료원 내부에선 교황의 서울성모병원 방문을 은밀히 추진했다. 교황 방문의 홍보효과와 의미를 기대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사적으로 매달리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차례 실패(?)를 두고 가톨릭중앙의료원 내부에선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무분별한 교황 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환자 치유의 공간에 성대한 행사와 많은 사람들의 방문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보다 낮은 곳에서 의료를 통한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곳에 종교 이슈를 통한 홍보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스스로의 의문이기도 하다.

 

의료원 관계자는 “가톨릭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돌보는 것이 이곳의 핵심가치”라며 “병원을 알릴 좋은 기회는 맞지만 묵묵히 이념을 수행하는 편이 더 서울성모병원 답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내엔 종교에 힘입어(?) 한 해 수만 명의 해외환자가 방문하는 의료기관이 있다. 해외 신자들에게 성지가 된 이곳에서 출산을 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호스피스와 가정간호 등을 가장 활발히 운영하는 병원.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에 찬 의료를 베푸는 공간. 가톨릭 윤리에 기초, 창의적 연구를 하는 서울성모병원의 가치가 다시 조명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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