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병원 재정적 어려움서 초래된 불똥
이영성기자
2014.06.17 02:03 댓글쓰기

최근 보훈병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병원 내부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외부에선 이번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5개 보훈병원은 최근 두 가지 논란에 직면했다. 병원이 지난 2012년 1원 낙찰 의약품 공급을 거부한 12개 제약사들에 대해 ‘신규 약제’ 제외 패널티를 내린 것이다. 여기에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한 제네릭 처방 변경으로 인해 환자단체의 원성을 샀던 사안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병원이 심각한 ‘재정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병원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보훈공단에 의하면 두 사안 모두 병원의 어려운 ‘살림살이’ 탓에 내린 결정이었다. 여기까진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장 병원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예산이 부족한데 어찌하겠는가.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사정임을 백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갑의 횡포’와 ‘환자 기만’이란 측면으로 외연이 넓혀지면 보훈병원으로서는 비판의 시선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보훈병원은 국가 유공자 진료를 위한 기관이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이 따가울 수 밖에 없다.

 

두 사건 중 전자부터 살펴보자. 올 초 보훈공단 측은 전국 5개 보훈병원에 ‘2012년 1원 낙찰 품목 공급 거부 제약사들의 신제품을 제외한다’는 공문을 하달한 바 있다. 올해 의약품 공개경쟁 입찰 과정에서 이들 신규 약제를 제외키로 한 것이다.

 

지난 2012년 보훈병원은 1원 낙찰 품목 공급을 거부했던 제약사 12곳에 대해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조치를 취했고, 공정위는 제약협회 측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그렇지만 보훈병원은 다시 오는 7월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당시 12개 제약사들의 신규 약제를 모두 빼기로 하므로써 여진을 느끼도록 했다.

 

보훈공단 관계자는 “당시 병원은 제약사들의 1원 낙찰 품목 공급 거부로 해당 제품을 원가의 97%로 별도 구입해야 했다”며 “용납이 안 됐지만 결국 비싼 값에 약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당 제약사들은 비도덕적 행위를 보인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두 번째 사안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한 것이다. 지난 달 27일 한국환자단체연합은 "보훈병원이 글리벡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를 받고 있던 수 십 명의 환자들에게 복제약으로 처방을 강제 변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글리벡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촉구했다.

 

보훈공단 관계자는 "제네릭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를 내준 약제다. 병원은 충분치 못한 예산으로 1년 살림살이를 해야 한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운용되다 보니 재정에 대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종합해 보면 두 사안의 발생 원인은 병원 ‘재정’에 있다. 최근 종합병원들의 경영난 현상이 보훈병원을 통해서도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반대로 재정 문제를 이번 사건 논란의 방패막이로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 역시 제기된다. 이는 사회적 질타를 받아온 여타 다른 사건과 비슷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갑의 횡포’가 큰 이슈다. 보훈병원 측은 12개 제약사들에 “다른 병원도 아닌, 국가 유공자 진료 병원에 1원 낙찰이 됐다고 제품 공급을 거부한다는게 말이 되는가”라며 낙찰 품목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 ‘국가 유공자’들을 위한 병원이 환자들의 글리벡 오리지널 처방 요구를 반박한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약제 선택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떠나 다른 종류의 약이 아닌 오리지널과 제네릭 중 선택해야 하는 약제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그들은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암환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일까. 현재 보훈공단 측은 병원에 글리벡 오리지널과 제네릭 병행 처방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12개 제약사들에 대한 납품 거부권은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합리적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