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와 갤럭시S5 관련고시
김민수 기자
2014.04.29 22:33 댓글쓰기

70~80년대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종종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A학생과 B학생이 있다. 이들 학생은 우연찮게 동일한 학칙을 위반한다. 해당 사실을 적발한 교사는 A학생과 B학생 모두에게 규정에 따른 처벌을 내린다. 부모의 학교 방문 권고도 잊지 않는다.

 

부모와 교사 간 면담이 진행된 이후 A학생과 B학생의 처벌 수위는 달라진다.

 

A학생에게는 단순한 경고조치, B학생에게는 교내봉사뿐만 아니라 또다시 학칙을 어길 경우 보다 수위 높은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과연 어디서부터 A학생과 B학생의 차이가 벌어진 것일까.

 

바로 부모의 경제적·정치적 능력이다. 돈이 많거나, 지역 내에서 ‘목소리’ 꽤나 낼 수 있는 부모를 둔 학생은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쉽게 처벌을 감면받을 수 있다.

 

최근 의료기기 업계에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5’ 의료기기 논란이다.

 

갤럭시S5는 심장 박동수를 검사하는 기능이 포함됐다. 이미 “궁금하지 않는가. 무엇이, 당신의 심장을, 가장 두근거리게 하는지”와 같은 심박수 측정센서 관련 문구가 삽입된 광고가 TV에서 방영되고 있다.

 

광고 내용대로 라면 갤럭시S5는 엄연히 의료기기다. 현행 의료기기법 제2조는 의료기기 정의를 ‘신체의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 대체 또는 변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모바일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을 의료기기로 포함시켰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까지 안전성 강화라는 이유로 의료기기법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삼성 스마트폰은 교묘하게 의료기기법망을 피해 나갔다. 출시를 앞두고, 고시 개정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식약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삼성이 요구했다고 해서 단 3개월만에 고시 개정을 해준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고시 개정에 앞서 삼성 법무팀과 2차례 접촉한 것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의료기기 업계 반응은 냉소적이다. 규제 하나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번 갤럭시S5 의료기기 논란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평이다.

 

A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용과 레저용 심박센서를 구분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중소업체들이 규제 개선을 건의했을 때와 이번 사례는 식약처 대응 방식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토로했다.

 

B사 관계자는 “이래서 ‘삼성 공화국’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라며 “그동안 식약처는 규제기관임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대기업, 중소기업 구분하지 말고 형평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정승 처장은 “이번 고시 개정은 삼성이라고 특별 케이스를 적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기업, 중소기업을 아울러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는 판단 하에 고시 개정이 이뤄졌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정승 처장의 말대로 이번 삼성 갤럭시S5 관련 고시 개정이 특혜가 아닌 합리적인 정책 개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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