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립(而立)' 국제의료기기전시회 그러나…
백성주 기자
2014.02.19 20:01 댓글쓰기

공자가 자립했다는 데서 나온 말인 이립(而立)은 나이 30세를 일컫는 말이다. 공자는 스스로 “30세가 되자 학문의 기초가 확립돼 마음이 확고해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게 됐다”고 했다.

 

내달 13일부터 4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전시장(COEX) 전관에서 열리는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14)’도 사람 나이로 치면 ‘이립’을 맞이했다.

 

의료, 병원관련 산업 활성화에 전력해온 이 전시회는 올해를 주요 전환점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 30년간 쌓아온 기반을 바탕으로 새 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IMES는 이미 국내 최고의 전시회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510개 국내기업과 38개국 1095개 해외기업들이 참가, 첨단의료기기, 병원설비, 의료정보시스템, 의료관련 용품 등 3만여점을 전시, 소개한다.

 

주변 환경도 나빠 보이지 않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의료의 산업화 및 육성책을 발표, 지원 및 규제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의료기기 제조 및 의료IT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30년을 이어온 의료기기전시회에서는 아직 그 훈풍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반응이다.

 

행사를 앞둔 정부 지원책만 봐도 그렇다. 지원이 줄어 지자체관 전시회 부스가 축소 내지 사라졌다. 서울시는 1억원을 배정한데 그쳤으며, 원주, 경상남도 관람부스는 겨우 명맥만 유지됐다. 대구 및 경북관은 이번엔 참여치 않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Global Top 전시회’로 6년 연속 선정됐지만 상황은 되려 나빠졌다. 재작년까지 4억원이던 지원금이 작년부터 3억원으로 줄었다.

 

행사 장소인 코엑스 전시관 임대료는 해마다 가파르게 올라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부스 사용료는 늘 제자리다.

 

게다가 국내를 대표하는 의료IT 전문업체 유비케어와 인피니트테크놀러지는 지난해부터 참가하지 않았다. 올해는 글로벌 업체인 지멘스, 필립스 마저 불참한다.

 

이보다 더 큰 아쉬움은 정부의 배려다. 의료산업 분야의 주무부처 수장인 보건복지부장관은 행사장에 모습을 보인지 10년이 넘었다.

 

작년 개막식에는 차관은 커녕 실국장마저 참석치 않았다.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가 있었다지만 의료기기업체로선 이해하기 힘들다. 올해 역시 장관 참석이 예정됐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관련 법규 정비 및 제정을 통해 R&D 투자를 확대, 2015년에는 세계 10위권 의료기기 생산·수출국으로 성장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하던 장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복지부에서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것을 보고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항상 복지 정책 이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의료기기 분야 업계 관계자들 모두 허탈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기기 산업과 관계된 업체들이 모두 모인 행사에 직접 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성의가 아니라 당연한 업무”라고 비판했다.

 

이미 수년, 많게는 10여 년 전부터 ‘첨단 의료기기 및 관련산업 육성’은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였다. 비상(飛上)할 수 있는 모든 기반이 닦였다는 나이 ‘이립(而立)’의 시기를 맞은 국내 최대 의료기기전시회에 대한 배려는 정책의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