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의료수출 단체 창립을 보면서
2013.09.23 11:21 댓글쓰기

1990년대 후반, OO닷컴 등을 필두로 벤처기업 창업 열풍이 시작됐다. 정부 역시 ‘벤처기업= 신성장동력’이라는 믿음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개인사업자들 역시 소자본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벤처기업 창업에 적극 동참했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전성기는 2000년 초반에 들어서며 한 풀 꺽이기 시작했다. 1998년 2000여개로 시작한 벤처기업 수는 2001년까지 1만1392개로 급증했지만, 이후 내리막길로 접어든 벤처기업은 2003년 7702개까지 줄어들었다.
 
당시 열품에 휩쓸려 정보나 기술 없이 창업에 동참 부실 벤처기업들이 나가 떨어졌고, 정부지원 역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2010년 스마트폰 출시와 더불어 모바일 업계가 ‘제2의 벤처기업 전성기’를 만들어가나 싶었지만 이 역시 현재는 주춤하는 추세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신규 진입한 벤처기업은 35개에 머물렀고 매출대비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그동안 벤처기업 시장을 주도해 온 것이 신기술 개발을 위한 내실 다지기보다 창업, 스마트폰 등 당시에 유행처럼 번지는 열풍이었던 탓이다.
 
이 같은 벤처기업 열풍과 쇠락은 최근 의료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의료수출’과도 닮아있다. 현재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료수출이 가져올 수 있는 수익성과 파급력 등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의료수출’을 꼽고 있다.
 
문제는 의료수출 역시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열풍에 따라 움직이다 쇠락을 맞이할 것이냐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벤처기업 창업 열풍이 불었듯 의료수출을 목적으로 협회, 위원회, 협의회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병원 패키지 수출을 위해 건설, 제약, 의료기기, 의료IT 기업 등 민간회원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한국의료수출협회(KOMEA)’가 창립됐다. 이어 5월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PTRA)가 운영하는 ‘KOTRA 병원수출 협의회’가 구성됐으며, 7월에는 대한병원협회와 미래의료산업협의회가 참여하는 ‘병원의료산업수출위원회’가 발족됐다.
 
창립 목적은 각각의 단체마다 의미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이 주최하는 발족식, 토론회, 포럼 등에서는 매번 ‘의료수출 중요성’을 역설하는 수준의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곤 한다.
 
우선 각 단체의 대표들이 만나 현실을 진단하는 자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체별로 동일한 내용을 반복학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각 단체마다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고 분야별 전략을 세운다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기술선도기업’에 한국 기업은 12년째 여전히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현실이다. 의료수출 역시 지금의 열풍에만 머문다면 10여년 뒤 손에 잡히는 실체 없는 무의미한 논의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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