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 연상 웨일즈제약 조작 사태
이영성 기자
2013.09.17 13:04 댓글쓰기

한 국내 제약사의 비윤리적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제약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식품 등의 유통기한 조작 혐의도 중죄가 성립되는 마당에, 약 제조 과정에 대한 조작 행태가 이뤄져 국민 신뢰 저하는 물론 제약산업 전체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400억원 대의 국내 중소기업 웨일즈제약은 최근 이 같은 혐의로 회사 대표가 구속됐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900여개 전 품목에 대한 강제회수 조치가 이뤄졌고, 148개 품목도 지난 8월 22일부터 급여 중지됐다. 이러한 대규모 처분은 국내 제약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과 식약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제품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매’를 위해 유통기한을 조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위적 행위’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제약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결국 만장일치 의견을 모아 웨일즈제약을 회원사 리스트에서 제명시켰다. 질 좋은 의약품 생산과 품질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온 제약산업에 신뢰를 크게 훼손한 범죄행위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떠오르게 한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 진나라 승상 조고의 언(言)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조고는 어린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조고가 무서운 신하들은 ‘거짓’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여기엔 두 가지 뜻이 함축돼 있다. 첫 번째는 거짓을 강압에 의해 사실로 인정케 만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마음대로 한다는 의미다.

 

웨일즈제약은 유통기한 조작이란 거짓 행위를 벌이면서 회사 직원들에게 이를 묵인케 했다. 회사 대표의 지시를 받은 직원 1명과 용역직원 1명이 의약품 재포장 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했다는 경찰 발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해당 제품을 재판매하면서 국민(지록위마 두 번째 뜻에서의 윗사람)을 농락하는 등 이 사건은 간교한 술수로 남을 속인다는 의미를 지닌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넘어, 의도적이면서 계략적인 지록위마가 지닌 의미를 내포한 모습을 띠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제약협회는 리베이트 등으로 인해 그렇잖아도 바닥으로 추락한 국민 신뢰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협회 관계자는 “의약품에 대해 단순한 과실, 착오에 따른 문제가 발생해도 처벌을 받는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반품처리, 유효기간 경과 의약품을 변조해 판매해온 것은 품질관리 차원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도 있을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범죄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번 사안에 따라 협회와 식약처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의 경우 앞으로 국민적 피해 대비 처벌 규정이 약한 현행법을 고치고 부당이익에 비례해 과징금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협회 측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상황에서 위배 사안 발생 시 보다 엄정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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