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와 숫자 '153'
2013.06.05 12:33 댓글쓰기

숫자 '153'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하나님을 섬기는 종교인들에게 '153'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먼저 성경에는 시몬 베드로가 예수의 말에 따라 그물을 던져 잡은 물고기 수가 정확히 153마리였다. 이 수는 훗날 세계 민족의 수로 통하기도 했다.


‘노아의 방주’로 유명한 창세기에서도 숫자 153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1부터 17까지 계속 더하면 153이란 수가 나온다.


홍수가 시작된 날이 2월 17일, 비가 그치고 배가 아라랏산에 머무른 날은 7월 17일다. 이렇게 노아의 방주를 은유하는 17이라는 수는 새생명을 얻는 상징이기도 하다.


노아의 홍수 기간인 150일은 죽음의 기간이고 3은 하늘 수이자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한 날의 수다. 즉 죽음을 이긴 부활의 수가 바로 153이다.


또한 ‘153’은 수학에서 트리플 큐브 넘버(Triple cube number)라고 불리는 수다. 트리플 큐브 넘버란 각자의 수를 세제곱해 더한 값이 원래 자신의 수가 나오는 숫자를 말한다.


트리플 큐브 넘버는 100~1000 사이에 153을 포함해 단 4개만 존재한다. 수학에서 세제곱이란 정육면체, 즉 큐브를 의미하는데 구약에 나오는 성서와 지성소가 바로 정육면체다. 이 곳은 1년에 한 번 대제사장만이 들어갈 수 있는 거룩한 공간이었던 만큼 숫자 153은 지극히 성스러운 수를 의미한다.


숫자 ‘153’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나미 볼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창업자 송삼석 회장은 ‘153’이 우리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갑오' 즉 '아홉'을 만드는 숫자라는 점에 착안, 불어 몽(Mon=나의)․아미(Ami=친구) 뒤에 이 숫자를 썼다. 실제 1+5+3=9다.


또 하나는 153에서 앞의 ‘15’는 15원이라는 뜻이고, ‘3’은 모나미가 만든 세번째 제품이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


최근 가톨릭대학교는 ‘최고의 대학을 위한 CMC 발전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 행사에서도 ‘153’이란 숫자가 등장했다. 가톨릭대학교가 발전기금으로 설정한 목표액은 1000억원. 후원회 출범식 당일 공개한 모금액 수는 정확히 153억원이었다.


대학 측은 앞서 언급한 성경의 의미를 부여하며 고무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물론 153이란 숫자에 맞추기 위한 약간의 인위성이 풍기기도 했다.


발전기금의 인위성은 ‘153’이란 숫자에 국한되지 않았다. 후원회 출범식을 바라보는 교직원들의 얼굴빛에도 불편함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발전기금이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교직원들이 느끼는 부담은 적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직책이라도 맡고 있는 경우 기백만원은 내놔야 하는 분위기다.


실제 가톨릭학원 산하 모 병원에서는 얼마 전 발전기금 강제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증축을 위한 기부금 모금에 이 병원 직원 참여율은 100%에 육박했다.


가톨릭의료원 한 직원은 "내지 않으면 안되는 묘한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며 "내 직장과 학교 발전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기금이 강제성을 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모교와 재직 중인 병원 발전을 위한 자발적 기부는 분명 장려할만 하다. 하지만 이를 종용하는 분위기는 적어도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중시하는 가톨릭대학교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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