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노환규 회장과 정몽준 의원의 약속
2013.07.04 07:27 댓글쓰기

1년 전인 지난 2012년 6월 29일. 당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긴급 회동을 갖고 의미 있는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포괄수가제 적용을 반대하면서 백내장 등 4개 진료과 수술 거부를 선언한 상태였다. 대정부 강경 투쟁을 앞둔 의협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인 정몽준 의원과 만난 후 이를 철회, 포괄수가제를 조건부로 수용했다.

 

정몽준 의원은 중재를 통해 의협이 요구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구조 개선 등을 약속했다. 의협도 포괄수가제를 조건부로 수용하지만 반드시 평가를 통해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양측 누구도 이 날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더욱이 노력한 흔적조차 없다. 정몽준 의원은 최소한 건정심 개편을 위한 공청회 정도는 개최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제기된다.

 

의협과도 유기적 관계를 형성, 올바른 건정심 구조 개편안 도출을 위한 시도를 추진했어야 하지만 전해진 바로는 이날 이후 노환규 회장 등을 만난 적이 없다.

 

이는 전혀 왕래가 없었다는 얘기로 이날 회동은 경선을 앞둔 정치적 쇼이자, 노환규 회장의 강경노선 선회를 위한 출구 전략이었다는 당시의 일부 주장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정몽준 의원실 관계자는 “경선 때였고 의료계 인사들을 만나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이었다”며 “공청회나 법 발의는 없었던 것이 맞지만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명했다.

 

의협 관계자도 “정치적 문제로 정 의원실과는 더 이상 발전된 논의는 없었지만 결국 같은 당 박인숙 의원이 건정심 구조 개편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고, 복지부와 수차례 만나 요구사항 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시도의사회 회장은 “시도의사회 회의 등 어느 자리에서도 1년 전 약속 사항에 대한 설명 및 추진에 대해 듣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진행된 부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의협 회무에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면서 “노환규 회장은 자격 미달”이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개원의단체 회장 역시 “수술 거부가 1년 뒤에도 반복되는 사태를 맞았는데도 전혀 언급이 없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포괄수가제 평가를 시행하기 위한 복지부와의 논의를 주문했다.

 

‘당랑규선(螳螂窺蟬)’이라는 말이 있다. 사마귀(버마재비)가 매미를 먹잇감으로 여겨 곁눈질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사마귀가 매미를 탐내 후려친다는 ‘당랑박선(螳螂搏蟬)’과 같은 용어로, 자기 눈앞에 다가오는 이익만을 탐내고 장차 다가올 후환은 돌아다보지 않는 것을 비유한다.

 

1년 전 노환규 회장의 첫 행보로 많은 사람들의 갈채를 받았던 정몽준 의원과의 회동. 이날의 약속이 긴급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일회성 연출극(?) 이었는지 아니면 장기적인 로드맵의 일환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과연 낭비일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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