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율과 병원 브랜드 상관성
2013.06.18 15:49 댓글쓰기

현대사회는 각 기업별 마케팅 전략의 향연장이다. 기업은 치열한 경쟁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행에 옮기고, 사후평가를 거쳐 차선책까지 마련한다.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브랜드 가치’다. 소비자는 상품선택에 있어 제일 먼저 접하는 것이 브랜드다.

 

코카콜라, 애플, 나이키처럼 잘 만든 브랜드는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물론 의료는 기업의 경제적 활동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는 특수한 영역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단순히 수익성만을 고려해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경제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시장 역시 치열한 경쟁 구조를 형성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병원과 의료진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행보는 기업의 운영방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많이 찾게 되면 병원의 수익성은 높아진다. 수익이 개선되면 시설의 재투자가 이뤄진다. 재투자는 쾌적한 진료환경과 우수한 수술시설을 갖추게 하므로써 환자를 또다시 방문하게 한다. 이른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환자 뿐만 아니라 전공의 지원도 마찬가지란 점이다. ‘수가가 낮아서’, ‘개원할 때 어렵기 때문에’ 등 그동안 알려진 주요 기피 요인 외에 병원 브랜드 가치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9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한 진료과에 대해 수가인상제를 도입했다.

 

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각 대학병원별 과장급 교수진들은 대체적으로 수가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눈에 띄게 지원율이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지원율 하락이 가속화되는 현상은 막았다는 점에 동의를 표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수가인상제 도입 전후로 전공의 지원율 하락 현상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30% 인상된 외과의 경우 인상수치가 절대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일정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공의 지원율이 급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가인상제를 더욱 유지 · 확대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해당 진료과의 붕괴 현상을 막았다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전공의 지원기피 현상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정부대로 지원책을 이어나가야 하고, 병원은 병원 자체적으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그동안 ‘Big 5’ 병원의 경우 전공의 지원율이 미달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이에 특정 진료과 지원율이 저조한 원인을 반드시 ‘수가’ 문제로만 치부해 볼 것은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사로서의 크나큰 꿈을 갖고, 차분하게 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에게 환자가 없어 수술 등 현장감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지원하겠는가”라며 “전공의 지원기피 현상 해소 문제는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의 지원책과 각 병원별로 환자유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병행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지원기피 현상을 조금 더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 역시 “전공의 지원 시 진료과 뿐만 아니라 병원 브랜드 가치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모, 선후배 등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들을 때 병원 브랜드 가치가 배제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환자와 전공의에게 브랜드 가치 1위 평가를 받는 대학병원. 이러한 타이틀을 달기 위해 각 병원별로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힘쓴다면 전공의 지원기피 현상은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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