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딸=의대생·전공의' 부모들 애환
2013.04.10 09:02 댓글쓰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절절하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정’이라는 뜻의 연독지정(吮犢之情)은 이러한 부모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연독지정은 숭고함 그 자체다. 자식 일에 관해서는 조건이 없으며,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게 바로 부모 마음이다.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 존재다. 더욱이 초중고 시절 ‘1등’을 놓치지 않고, 대한민국 1%에게만 열린다는 의과대학에 입학한 아들과 딸의 부모는 오죽하겠는가.

 

이들 부모에게 의대생 자녀는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꺼질세라’ 애지중지하는 취공비집공휴(吹恐飛執恐虧)일게다.

 

수 천만원의 등록금과 수 백만원의 교재비로 허리가 휘어져도 ‘의사 아들, 의사 딸’이란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으며 버텨내는게 의대생 부모들이다.

 

이런 의대생 부모들이 최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의대만 보내면 되는줄 알았는데 예견치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린 탓이다.

 

의사 면허증 취득을 코 앞에 두고 학점부족으로 학교를 다시 다녀야 하거나 인턴, 레지던트들이 무더기 의사면허 취소 위기에 처한 믿기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동요했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자녀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었다. 학교로, 교육부로, 국회로 사방으로 뛰었다.

 

하지만 학점취소 사태는 진척이 없었다. 급기야 부모들은 자녀의 모교를 ‘폐쇄하라’며 울분을 쏟아냈다. 같은 처지의 부모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애절함도 묻어났다.

 

부속병원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한 의과대학 소속 학생의 부모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녀들이 졸업 후에도 제대로 된 수련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부모들의 봉기는 의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공의 부모들이 자녀의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의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는 하지만 과도한 업무와 의당 받아야 할 보수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납득할 수는 없는 노릇이란게 이들 부모의 변이다.

 

특히 피교육자인 전공의 신분상 불합리한 처우에 맞서기가 여의치 않은 만큼 부모들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의료계는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부모들이 나섰는지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의 잘못과 무관심으로 후배인 예비의사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또 모른체 한다면 부모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금지옥엽’ 자녀를 진자리에 뉘고 싶은 부모는 없다. 기성세대인 선배의사들은 이제라도 후배들의 마른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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