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설움 딛고 서울의대 벽(壁) 넘는 연세의대
김도경 기자
2013.03.18 08:40 댓글쓰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사립대 설움을 딛고 의료계 리더로 우뚝 섰다. 지난해부터 연세의대 출신들이 의료단체와 정치권에 속속 진출한데 이어 급기야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주치의 등 요직을 두루 차지하며 의료계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고 있다. 

 

최근 청와대 의무실장에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김원호 교수가 임명된데 이어 대통령주치의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병석 원장(산부인과)이 내정돼 그동안 사학의 설움을 깨는 순간을 맞았다.   

 

연세의대는 국내 첫 서양식 병원으로 출발, 12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지만 영향력 측면에서는 늘 국립대인 서울의대에 가려 남모르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첫 대통령 주치의 제도가 도입된 것은 현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다. 박 대통령 주치의는 종두법을 창안한 지석영 선생 증손인 지홍창 박사(일반 개원의)가 맡았다가 서울의대 내분비내과 민헌기 교수로 넘어갔다.

 

전두환 대통령 주치의는 가톨릭의대 민병석 교수였지만 버마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 때 사망했다. 이후 서울의대 호흡기내과 한용철 교수와 서울의대 종양내과 김노경 교수가 맡았다. 노태우 대통령 역시 서울의대 소화기내과 최규완 교수, 김영삼 대통령 또한 서울의대 내분비내과 고창순 교수가 전반적인 건강을 책임졌다.

 

하지만 비(非) 서울대를 택한 대통령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주치의로 연세의대 허갑범 교수와 성애병원 장석일 원장을 발탁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부터 다시 서울의대로 돌아갔다. 노무현 대통령 주치의는 서울의대 소화기내과 송인성 교수이며, 이명박 대통령 역시 서울의대 순환기내과 최윤식 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의 사돈이어서 당시 설왕설래 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 출신대학을 보면 서울대 7명, 연세대 1명, 가톨릭대 1명 등 대부분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들이 도맡았다. 때문에 서울의대가 독차지하던 대통령 주치의 자리를 가져오기 위해 이번에 연세의대가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소문도 제기됐다.

 

이병석 원장의 임명이 확정되면 연세대 의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허갑범 교수 이후 두 번째 대통령 주치의를 배출하게 된다. 여기에 그동안 군의관이 독점했던 청와대 의무실장에 첫 민간 의료인을 탄생시키는 계기도 만들었다. 

 

이와 관련, 연세의대 한 교수는 “연세의대는 100년 역사와 함께 한국의사 중 10%에 해당하는 의사를 배출한 명문사학임에도 국립대에 비해 정부지원 등에서 홀대받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연세의대의 진가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연세의대 출신들이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 이 교수의 말처럼 지난해부터 연세의대 출신들이 의료단체와 정치권에 속속 진출해 요직을 맡고 있어 100년 사학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인요한 국제진료센터 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을 맡았고, 정신건강전문의 신의진 교수는 지난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밖에도 의료계 최고 수장인 대한의사협회장에 연세의대 출신 노환규 회장, 대한의학회 김동익 회장,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정명현 원장, 강원도의사회 신해철 회장, 제주도의사회 김군택 회장, 영주시의사회 황성진 회장, 강남구의사회 박홍준 회장, 마포구의사회 허정균 회장, 은평구의사회 김기창 회장과 오는 4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 이 철 회장 등 의료계 단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의학회 이사진 23명 중 9명이 연세의대 출신으로 국내 의학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00년을 넘는 역사와 1만명이 넘는 의사를 배출한 연세의대가 국립이 아닌 사학이기 때문에 그 저력이 가려져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각계각층에서 활약성이 많아지면서 의료계 리더로 전성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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