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사원 병·의원 출입금지' 한달
이슬기 기자
2013.03.08 19:19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가 리베이트 근절 선언과 함께 ‘영업사원 출입금지령’을 선포한지 한 달이 경과됐다.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의협의 강력한 의지는 ‘MR 출입금지’ 스티커를 배포하는 상황까지 치달았으며 제약업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파급력이 컸다.

 

이번 리베이트 근절 선언은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측면에서 의료계 내부는 물론 제약계, 시민, 정부 등이 주목했다.

 

실제로 ‘MR 출입금지’라는 의협의 강경한 대처는 제약업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얼떨결에 출입금지 대상이 된 영업사원들은 거래처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거리는 등 소위 '멘탈붕괴(멘붕)'에 빠트렸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최근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 등과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노 회장은 “리베이트 쌍벌제 등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돼 리베이트와 관련된 의료계의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기 전까지 영업사원 출입금지를 지속할 것”이라며 당분간 뜻을 굽히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왜 꼭 영업사원의 출입을 금지시켜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의료계에서도 굳이 "영업사원을 출입의 막아야 하냐"는 등의 실효성 논란이 벌어졌다.

 

서울의 한 의사는 “영업사원을 무조건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의사 역시 “영업사원 방문 허용에 관한 문제는 누군가 강제로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의사도 “영업사원 출입금지령은 실효성이 없다. 때문에 ‘MR 방문 사양’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 노환규 회장은 의협 전체 회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비판론을 펼쳤다.

 

게다가 ‘MR 금지 스티커’ 부착은 환자들로 하여금 “그동안 리베이트를 받아왔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의협의 말을 따르지 않은 의사들은 마치 “리베이트를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불쾌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실효성 없는 출입금지령은 제약계에도 위기감을 불러왔다. 이번 조치로 영업사원들이 “이러다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 아닌가”, “거리로 내몰리는거 아니냐”라는 탄식에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케 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지난달 20일 KBS 뉴스라인에 출연해 “같은 성분의 약이 수십, 수백 가지가 넘는 환경 속에서 그동안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로 영업을 했고, 정부도 낮은 수가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의사들이 그 유혹에 굉장히 약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리베이트 현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불명예스러운 짐이지만, 과연 이 해답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는 의료계와 제약계가 곰곰이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봐야 할 숙제다. 여기에는 저수가를 메워주는 식으로 눈감았던 정부의 정책적 사고 전환도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갑’이 ‘을’을 막는 것이 과연 오랫동안 지속된 관행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내가 변하겠다” 보다는 “네가 변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출입금지' 조치가 몇십년 넘게 관행화된 의약계 리베이트를 없애는데 얼마나 큰 효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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