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도중 흉기에 찔리는 의사
백성주 기자
2013.03.01 02:45 댓글쓰기

의료계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환자, 보호자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일은 일상이 됐지만, 밀폐된 진료실에서조차 생명을 위협당하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작년 8월 경남 양산에서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상담 도중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최근에는 대구시 수성구에서 정신과의원장이 20년간 진료해오던 환자로부터 흉기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들 사건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원한 관계가 없어 사전에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어려웠다. 진료를 받던 환자가 진료실에서 갑자기 가해자로 돌변한 것이다.

 

대구시의사회는 사건 직후 성명을 통해 “의사의 진료권 보장과 안전을 위해 일선 진료현장에서 폭력 근절 및 재방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의료인과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련 법 규정을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도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 및 진료실내 CCTV 설치 허용 추진 등 진료실 폭력으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정당한 사유없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해 진료를 방해해선 안된다’는 조항을 신설, 위반시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의사 특혜법”이라는 환자 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진료실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위해선 ‘의료기관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자 동의가 필요해 금지와 다를 바 없다.

 

진료 현장의 의료인 보호는 곧 생명이 위급한 다른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 따라서 이들 법안을 환영, 또는 적극 추진해야 할 이는 오히려 환자와 보호자다. 의사의 소신 있고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도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은 전 의원과 동일한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 역시 “의료인들의 진료행위는 환자들 건강과 직결돼 있는 사안인 만큼 의료인들에게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환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시민 또는 환자단체의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오죽했으면 그러겠냐”다. 하지만 한명의 환자 및 보호자에 국한된 안타까운 심경을 배려(?)하는 동안 적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수 십명의 환자가 생사를 달리 할 수도 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을 법으로 보호한다는 취지가 기본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단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의견이 과연 타당한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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