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이영성 기자
2013.02.03 17:23 댓글쓰기

최근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사건이 연일 터지면서 업계는 그야 말로 초토화된 모습이다.

 

‘지불대금이나 이자의 일부 상당액을 지불인에게 되돌려주는 일’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담긴 ‘리베이트’는 어느 순간부터 의약계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다. 대한민국에서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형국이다 보니 종사자들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때론 절규에 가깝게 느껴진다.  

 

쌍벌제 시행 이후 리베이트 근절의 단검을 빼든 정부가 쾌도난마식으로 현장을 급습하면서 의약계 리베이트는 어느새 단순한 ‘범죄’ 이상의 국가적 관리 대상이 됐다. 연말연시 한 달 동안 무려 5개 회사의 리베이트 혐의가 포착, 공개됐다. 국내 최대 제약사를 포함해 수십억원대 규모가 속속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중요한 측면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전후의 규모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실제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분석 보고서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제약회사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의약품정책연구소 설문조사 결과, 무려 91.7%(111명)는 쌍벌제 시행 이후 거래처 의·약사의 리베이트 요구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쌍벌제 이전, 이후를 막론하고 1년, 2년, 10년 등 오랜기간 고객과 사용자 관계를 유지해온 사례들이 많다. 쌍벌제 전에 지속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왔다고 했을 때 법 시행 직후 그것을 ‘딱’ 끊을 수 있겠는가. 줄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갑과 을, 서로에게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적발된 모 제약사 사건 내막을 살펴보면 이는 확인된다. 이 회사는 쌍벌제 시행 전에는 회사 법인공용카드를 의사에 전적으로 맡겼지만 법 시행 후에는 외부 노출을 우려해 지점장들의 법인카드를 주말경 의사들에게 제공하고 그 다음주 초 수거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쌍벌제 이후 제공한 리베이트 규모는 약 2억원으로 이전에 뿌린 43억원 대비 1/22에 지나지 않았다. 회사로서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자정의 모습은 보인 셈이다. 다만 리베이트를 완전히 끊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유예기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공자와 수수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쌍벌제 시행 후 매우 강력해졌다. 정부는 복지부나 공정위 차원을 넘어 검찰과 경찰까지 동원, 단속을 더욱 강화했다. 

 

물론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폐해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팍팍한 건보재정의 현실도 반영돼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식선을 넘어선 과도한 처방 대가 형식의 리베이트는 궁극적으로 국민들과 환자들의 약 선택권을 무시하는 범법 행위라는 인식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의사들과 제약사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쌍벌제 의도는 좋다. 그러나 변화 과정에서 반성의 시간은 줘야 한다. 오랜 관행이라면 관행인 리베이트를 당장 칼로 무 자르듯 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리베이트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과 많았던 게 줄고 있다는 것은 작금 최소한 다르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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