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가 정부의 입장변화가 없을 경우, 8월7일 파업을 강행할 것임을 천명한 가운데 단위병원 전공의들이 처음으로 파업 동참을 결의, 젊은 의사들이 실제로 진료현장을 떠날지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중앙보훈병원 전공의협의회는 29일 파업결의서를 통해 잘못된 의료시스템 개선없이 저수가 정책 및 의대정원 확대를 고집하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중앙보훈병원 전공의협의회는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를 키우겠다며 추진한 의전원 역시 실패했다”며 “전공의들은 정부가 계속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더 이상 눈뜨고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으로 다른 병원들 전공의들도 가세할 경우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빚어졌던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의협 주도하에 개원의들 중심의 파업은 몇 차례 있었지만, 전공의들이 전국 단위로 일제히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2000년 있었던 의약분업 사태 이후 사실상 20년 만이다.
지난 2014년 집단휴진 당시에도 전공의들 일부가 파업에 동참한 적이 있지만 당시 1만7000명 전공의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100여 명만이 참여하며 일선 병원들은 큰 무리없이 운영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가 그간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의대정원 확대, 비대면진료, 첩약급여화 등의 이슈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의대정원 확대의 경우 해당 정책을 통해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전공의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슈다.
문제는 전공의들마저 파업을 강행할 경우, 그 여파가 개원가 위주의 파업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진료현장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개원가는 비교적 경증의 환자들이 찾는 반면,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대형병원들의 경우는 중증환자, 응급환자 등이 많다. 전공의 인력이 대거 빠질 경우 중환자 치료 및 수술 등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대전협은 중환자실, 분만, 수술, 투석실, 응급실 유지를 위한 필수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하지만 나머지 전공의들의 파업 동참만으로도 그 파급력은 상당한 수준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대학병원 한 교수는 “필수의료 분야가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대거 빠지면 연쇄적으로 환자들이 적체되면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했던 의약분업 사태 당시에는 예정됐던 수술이나 외래 일정이 대거 취소 및 연기되면서 환자들이 큰 불편함을 겪었다. 이에 환자를 볼모로 파업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전공의들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9일 대전협은 전공의들의 문의와 민원 요청으로 회비 납부 계좌와 후원계좌 공지 글을 게시했다. 전공의들 분노가 그 어느때보다도 뜨거워진 상황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병원들은 아직까지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대전협이 정부와 여당에게 8월 첫 주까지를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만큼 실제 8월7일에 파업이 이뤄질지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지만 파업을 한다고 해도 전공의들이 전부 다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 파업이 결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C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다음 주나 돼야 전공의 파업과 관련해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