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마저 무너지면 한국의료 미래 없다'
내과학회,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모델 개발·수련기간 3년 단축 등 검토
2015.10.25 20:00 댓글쓰기

전공의 미달 사태 이후 빨간불이 켜진 대한내과학회의 화두는 단연 ‘전공의 수급’과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 전담 전문의·hospitalist) 제도화'였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대한내과학회는 24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제66차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내과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한내과학회 이수곤 이사장은 “현재 내과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켜야만 한다”며 “특히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를 성공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적절한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모델을 개발한 뒤 ▲이를 제도화해 수가 체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구상이다.

 

시동은 이미 켜졌다. 지난 8월 내과학회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외과학회와 함께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 사업 운영·평가 협의체’를 발족하고 예산 1억5000만원 규모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충북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 중인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파일럿' 시범사업은 환자 만족도와 의료의 질, 자원 사용의 효율성 등을 평가하는 주요 자료가 된다.

 

학회는 이를 기반으로 정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수곤 이사장 “내과의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실에서 환자가 응급상태가 됐을 때 이를 처치할 의사가 부족한 것은 정부 정책의 문제”라며 “호스피탈리스트 제도화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내과학회는 전공의 미달 사태 이후 내과에 짙게 깔린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개정해 전공의 수련기간 중 임상 초음파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과 더불어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이동기 총무이사는 “마치 여의도 증시가 오르락 내리락 하듯, 전공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내과가 레지던트들의 전문의 자격시험용으로 전락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며 “내과 지원 확보율이 앞으로 더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다른 측면보다 저수가 부분이 내과 미래 부정적"

 

그는 “내과 위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그 중 전공의 정원 감축과 수련환경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특히 ‘낮은 수가’가 내과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호스피탈리스트 제도화의 필요성은 거듭 강조됐다.

 

이동기 총무이사는 “외과계열은 5년, 10년 동안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외과와 내과의 상황은 다르다. 외과는 PA 등 보조 대체인력이 있지만 우리는 필수진료인력이므로 환자의 안전,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입원환자 진료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현재 우리가 겪는 문제와 같은 이유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시행했다”며 “호스피탈리스트는 4,5년의 과도기를 거쳐 지금은 화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과의 악순환을 하루빨리 끊어내야만 한다”며 “이를 위해 내과 전공의 수련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TF가 구성됐고 입원환자전담전문의를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적절한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모델을 개발해 바람직한 수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학회 역시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 △역량중심의 전공의 교육 개편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날 참석한 대한의학회 박중신 수련이사는 “현재 전공의 수련과정이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며 “대한의학회 역시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박중신 수련이사는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군의관 등을 마치면 거의 40세가 된다. 긴 수련과정에 비해 길지 않은 의료 활동을 하고 끝나게 되는 식”이라며 “내과전공의 과정은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입원환자 몇 명, 수술 몇례 참여 등 수치 중심의 전공의 연차별 교과과정을 ‘역량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수련기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일단 26개 전문학회 의견을 수렴해 수련기간 결정과정을 거쳐 의학회 차원에서도 도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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