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에 그치던 '의대 신설' 입법 경쟁 치열
이정현법 이어 박성호법 등장…의료계는 반발 시민단체는 지지
2015.12.09 20:00 댓글쓰기

의과대학 신설에 공을 들이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 발의를 통해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창원 의창)은 창원에 산업의대를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창원산업의료대학 및 창원산업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박성호법)'을 대표발의했다.

 

창원은 국내 대표적인 산업공단임에도 인구 100만 이상 도시 중 유일하게 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가 없는 도시여서 정원 50명 규모의 산업재해에 특화된 의대, 또 대학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성호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원은 50명 정도를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순천을 대표하는 같은 당 이정현 의원(전라남도 순천·곡성)은 올해 5월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정현법)’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공공보건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설치, 학생은 10년 동안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복무할 것을 조건으로 국가 지원을 받으며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두 법안은 각 지역구 의원이 지자체, 대학 등과 손잡고 지역의 숙원인 의대 유치를 위한 전면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해당 의대는 의사 양성을 위해 국고 지원을 받고, 양성된 의사는 10년 동안 각각의 영역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명시한 것도 같다.

 

박성호법은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급된 학비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정현법은 이에 더해 의무복무를 조건으로 의사면허를 부여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해당 법에 지역 기입 여부다. 박성호법은 법안명에서부터 창원을 언급했지만, 이정현법에는 어디에서도 순천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정현법에 대한 국회 논의와 보건복지부의 지원 속에서도 순천 지역에서 공약 파기 논란이 일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역이 명시돼 있지 않아 이정현법은 공공의료인력 양성이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명분과 함께 심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정현법 국회 통과 뒤 해당 의과대학을 순천으로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성호법은 국회 심의에서 조차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의과대학 필요성과 더불어 창원 유치의 타당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그 뒤로는 탄탄대로다.

 

힘 실어주는 시민단체

 

잇단 의대 신설법 발의에 의료계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박성호법은 산업의과대학의 필요성, 창원 유치의 타당성에 대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더욱 그렇다.

 

이정현법의 경우 이 의원의 예산 확보로 이뤄진 공공의료인력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근거로 제시돼 설득 논리라도 있는데, 박성호법의 경우 제반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의협 관계자는 “설득 근거가 부족하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 인력이 알맞게 활용되고 있는지, 산업재해에 특화된 의대나 병원이 꼭 필요한지 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법안 발의 전 의료계와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안을 상의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분히 내년 총선을 의식한 법안 발의로 보여진다”며 “진지한 논의 없이 의대신설이 선물인양 취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박성호법과 이정현법 모두 의사 양성 프로그램 다변화로 공공의료인력이 안정적으로 양성되고, 더불어 병원도 지어져 공공의료 확대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경실련 등이 속한 가입자포럼은 9일 “늦었지만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정책 추진을 환영하며 실효성 있는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보다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안정적 인력수급을 위한 다양한 공공의사인력 확보방안을 마련도 주문했다. 

 

이들은 “정부가 검토 중인 정원 100명 규모의 단과대학으로는 한계가 있다. 의약분업 이후 감축된 의과대학 입학정원 300여명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인원”이라며 “정원을 확대하고 국공사립교육기관에서 독점하고 있는 의료인 양성을 다양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들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민생법안”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의료계의 이기적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충분한 공공의료인을 양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