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정적이고 낡은 시선 잊고 사회적 공감대 조성'
강현구 교수(전북대병원 신경과)
2018.11.11 18:30 댓글쓰기

올 추석, 경증 치매환자 5인이 음식점 서빙에 도전하는 KBS 특별기획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 잔잔한 감동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치매는 흉이 아니다’, ‘우리처럼 노력하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등 치매극복을 바라는 경증 치매환자 5인의 진솔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치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비춘 시도라는 점에서 전문의로서 더 반가웠다.


지금껏 매스컴에서 ‘치매’는 어둡고 슬프게, 부정적으로만 다뤄졌다. 아직까지 치매의 완치는 어렵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분명 많다.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로 알츠하이머형 및 혈관성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질병의 경과를 완화시키는 전문 약물치료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강조한 ‘환자의 일상생활 독립성 유지’에 매우 큰 도움이 되며 완치를 위한 약물이 나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혈관성 치매는 초기에 원인질병을 치료 할 경우 일부 증상호전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내 80세 이상의 고령에서 4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청장년층이 결혼을 하면 양가 부모님 중 한 분은 치매를 앓을 수 있다는 의미다.

2016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이 82.4세이며, 2022년이면 한국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통계만 보아도 치매는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령사회 치매 대비를 위한 첫 걸음은 치매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치매를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여기거나 노화 과정 중 하나로 여기는 등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어 조기진단 활성화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만 60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국가건강검진 치매선별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60세 이상 인구 중 약 83.5%는 선별검사를 받지 않았고, 실제 치매 환자의 약 15%는 치매 진단조차 받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조기검진을 통해 원인을 알면 치료가 가능한 유형의 치매도 있으며,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약물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적이다.

따라서 최근 일에 대한 기억이 줄어 일상 생활에 영향을 끼치거나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과 같이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 재빨리 치매 전문의를 방문해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지역사회 내에서 치매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2020년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네덜란드에서는 치매 노인들의 존엄성을 위해 ‘호그벡 치매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치매 환자들도 마을 안에서 극장, 식당, 시장 등 편의시설을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악기 배우기, 수영 등 40여 개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행복한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치매환자에 대한 부정적 눈길보다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3차 치매종합관리 계획에 따르면, 치매환자에게 친화적인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 전국민 대상 치매교육 실시해 사회적 인식을 재고하고,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하는 법령 및 사회적 용어를 정비 하는 일과 같은 활동을 실시해나가고 있다.

치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조기진단과 치료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하루 빨리 치매 환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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