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센스 정책에 지배당한 대한민국 의료"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2023.10.16 15:03 댓글쓰기

[특별기고] 최근 의료계 현안들과 관련 뉴트로(newtro) 스타일 유머를 불현듯 되새겨 보게 된다.


문1: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답 1: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문을 닫는다.


문 2: 그러면 기린을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답 2: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꺼내고 기린을 넣고 문을 닫는다.


그러나 의료계에는 이 넌센스 유머 답이 다르게 정의돼 있다. 문 3: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답 3: 인턴에게 시킨다


웃프다(우습고 슬프다)고도 표현되는 이러한 자조적 해석은 그간 의료계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보편적이고 실재하는 방법론이었다.


극히 촉박한 진료와 수술 스케줄도 진행하는 마법, 5분만에 밥을 먹고, 하루 3시간을 못 자도 24시간 365일 이어지는 실무, 근로기준법이 허용하지 않는 시급, 폭언과 폭행의 위협 등등.


그 모든 것을 그저 인턴에게, 레지던트에게, 펠로우에게 감당하게 하면 어떻게든 병원은 돌고 또 돌아갔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의 다양한 면면에서 경제적 정의와 사회적 공정, 인권과 소비자 권리의 급격한 성장이 이룩되고 있을 때도 한국 의료계만은 밀레니엄 이후 20여 년간 외딴 섬처럼 뒤쳐지고 있었다.


진보하는 대한민국, 퇴보하는 한국 의료


물가는 글로벌 정세를 따라 실시간으로 금리를 의식하며 오르는데, 빵 한 덩이가 4000원, 커피 한 잔이 5000원이 되는 동안, 진료실에서는 300원, 500원이 더 진료비가 나와 비싸다는 실랑이와 악의적 후기에 시달리는 일이 만성적이다.


이제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한국의료의 저수가는 기초 경제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커녕 최저임금 인상률과도 무관하고, 고질적인 원가보전 실패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 모든 의료계의 불건강은 어떻게 지속 가능한 것일까? 이는 상기의 넌센스(Nonsense)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넌센스는 그야말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접근과 해석이다. 국가의 정책과 사회의 대응이 의료 현안들에 관해 위험하게도 ‘근거와 논리’보다는 ‘느낌과 기분’이 우선하는 까닭이다.


무분별한 비대면진료가 불러온 진료의 본질 실종이라는 환자안전과 전문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신중한 예측과 대비보다는, 일단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부작용이 있는가 보자, 왜냐하면 ‘편하니까’ 식의 책임을 회피한 산업계의 접근이 정책 결정자들과 관리자들에게도 전염된다.


실손보험청구간소화 또한 ‘간편하니까’, 개인의 나체정보라 할 수 있는 진료정보가 영리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보험사에 실시간으로 파악되어도 진정 국민의 이익인가에 대한 우려는 과감히 생략한다.


극소수 범죄자들이 극히 ‘불쾌하므로’ 전국의 모든 수술방에 CCTV를 달아 외과계 의사들 전원을 잠재적 범죄자 삼아 감시하는 것도 정당화된다.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니, 응급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사법적 행정적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원해달라는 간곡한 호소에도 ‘괘씸하니까’ 일단 환자를 받고 보지 않으면 엄벌부터 하겠다는 마침내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회.


이 모든 의사결정들은 ‘무조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고 보자’는 주문 말고는 현장 실효성이 검증된 바 없다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그러나 의료는 돌봄을 받고 있다는, 치료가 될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placebo)’보다, 과학적 결과로서 질병과 건강수준이 나아지고 있다는 ‘객관적 팩트’가 발현해야만 사이비(似而非)가 아닌 영역이다.


기분이 정책이 되는 한국의료 멘탈리티


과거 독재적 반민주사회 서열주의는 의료계 또한 이 같은 비논리를 감당하도록 장기간 억압해왔다.


그러나 대한민국 전반이 선진화하고 열리는 동안에도 의료계 종사자들을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소외시키고 희생시키는 기전은 개선된다기 보다 새롭게 개악돼 왔으며, 존중과 신뢰가 반복해 손상되며 의료현장에서의 효용성이 추락하는 처참한 결론에 다다른다.


개인이 경험한 모든 좋았던 의료경험보다 지친 의사의 의료과실 또는 불친절, 몸과 마음이 힘들어 의존하고 하소연하고 싶은 기분일 때 사뭇 차갑게 느껴졌던 지친 의사 심드렁함. 치열하게 경제적 안정을 자득한 이들에 대한 왠지 모를 반감.


이러한 넌센스가 지배하는 곳이 우리 의료현안 현주소이어야 할까. 우리의 의료정책은 근거와 논리, 사회 통합적 태도에 기반해 고도화될 수 없을까.


의대증원이라는 환상적 껍질에 아침은 환호하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알맹이는 붕괴한 저녁을 우리가 맞이할까.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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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10.22 07:53
    미래세대 의료비 부담은 알빠노

    의료 질 추락 아몰랑



    무슨 말인지도 이해 안되지만

    열등감 느껴지고 질투나니까 일단 망가뜨리고 보자
  • 正道 10.19 23:00
    의사들만 반대하는 의대 정원 확대.

    시대가 변했으나 2006년부터 17년간 유지되어온 의대 정원(3,058명).

    진정한 카르텔 집단이 지금 대한민국에 존재한다.
  • 김찬호 10.18 20:44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는 나라 아닙니까. 실력행사를 400명 증원 정책에 수 많은 의사들이 집회했으니, 1000명 증원에는 전국적인 집회가 열릴겁니다. 이번에 가열찬 분노를 보여줘야, 혹시 모를 다음 정부에도 반면교사가 됩니다.
  • ㅇㅇ 10.16 17:03
    글쓴분 너는 이 글이 이해가 가세요? 어디가서 퇴고 자문이나 받고 글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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