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가정의학, 그리고 전공의 정원 감소"
박연철 대한가정의학회 수련간사(연세대 원주의대 교수)
2023.10.31 08:43 댓글쓰기

[특별기고] 대한가정의학회 수련 위원회 뿐 아니라 최근 각 전문 학회 별 수련위원회에 큰 고민거리가 생긴 듯하다. 보건복지부에서 통보한 2024년 전문과목별 전공의 기본 조정에 대한 공문 때문이다.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첫째, 저출산 및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의료 이용 변화와 둘째, 전공의 수련 수요를 고려해 과목별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비수도권 및 필수의료 등 중요성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원 비율을 5 : 5 이하로 맞춰 지역의료를 활성화하고 국공립과 민간병원 비율을 3 : 7 이상으로 맞추라는 것이다. 그 결과 아직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가정의학 전공의 정원을 약 30여명 이상 감원 토록 통보가 됐다. 


각 학회 별로 전공의 정원이 늘어난 곳도 있고 오히려 줄어든 곳도 있어 개별 전문 학회들 입장은 제각각일 듯 하다.


그러나 대한가정의학회 입장에서는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 방침 중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에 일차진료 및 노인의학 분야에 다수 분포돼 있는 가정의학과의 전공의 T/O 를 줄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전공의 수련 수요에 대해서는 학회 내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그만큼 전공의 충원에 대해 현재 가정의학과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안타깝게도 가정의학과 충원율은 최근 5년 전 부터 줄어들고 있다. 2018년 100%에 달하던 충원율이 2020년에는 3/4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2023년의 경우 약 53%로 소위 말해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그나마 3차병원의 경우 올해 66% 정도로 약 2/3이 충원이 됐으나 2차병원 충원율은 40% 미만으로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역별 편차와 병원별 편차도 크다.


수도권지역은 2018년 99.5%에서 2023년 58.5%로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비수도권지역은 96.1%에서 42.4%로 더 많이 줄었다. 특히 병원별 편차는 국립대병원에서 94.7%에서 71.8%, 민간/사립대병원에서는 98.2%에서 57.1%로 감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102%에 달하던 공공병원이 무려 80%가 줄어들면서 최대 감소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가정의학과 전공의 충원율 감소 원인은 의료정책이 일차적 원인"


그렇다면 5년 전 소위 인기과였던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 가정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이 떨어지는 이유 즉, 인턴의 가정의학과 지원이 줄어든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가정의학과 전문의 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속해있는 Z세대는 이해 관계와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최근에 가정의학과와 관련된 의료 정책들은 가정의학 전문의들 입지를 점점 좁아지게 했다.


2020년도에 요양병원 8개과 가산제도가 없어지면서, 노인의학에 관심 있던 가정의학과 전공의들 취업률이 낮아졌고 최근 지역 필수의료 대책에서도 가정의학과는 미포함, 어려움이 배가됐다.


그리고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이 성공하지 못한 것도 가정의학과 전망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된다. 물론 최근에 만성관리 수가가 인상됐지만 '4만3900원' 에서 '4만6110원' 증가는 인턴들에게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으며 요양수가 역시 가산되기는 했으나 이 또한 지원자 세대가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관찰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련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은 내과, 외과 등 여러 과들의 전공의 수련 기간이 3년이지만 이전에는 가정의학과가 임상 중에서는 거의 유일 하게 3년제 전공의 과정을 가지고 있었다.


타 과들이 3년제로 변경되면서 가정의학과 3년제 수련의 이득이 없어졌으며 특히 전공의 특별법이 발의되면서 수련시간 계측이 엄격히 진행돼  병원 내 전반적인 업무 강도 차이가 줄어든 것도 하나의 이유라 할 수 있다. 


"양질 일차의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 가정의학 전공의 수 유지 필요"


이쯤이면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를 지속적으로 유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우리 나라에서 가정의학 역할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일부 학회 및 단체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정의학 수련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일차의료 강화가 총 사망, 병원 사망 감소에 기여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가정의학 전공의의 수를 전체 수 대비 약 25% 수준으로 증가시키려는 노력들이 있다.


실제로 미국가정의학회(AAFP)는 가정의학 전문의 수 증가를 위해' 네 개의 기둥(four pillars)'이라는 인력 양성 정책을 마련해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


물론 이를 의료체계가 다른 우리 나라 상황에 100% 동일하게 대입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으나 기본 개념인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및 양질의 일차진료 강화가 의료 시스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더욱이 양질의 일차 진료의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전공의 수는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가정의학 정체성 정립·수련교육 다양화·교수들 학부교육 참석 확대 등 필요"


실제로 인턴이 전공 과목과 관련된 진로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급여 수준과 삶의 질 등과 같은 요인 외에도 개인적인 진로에 대한 희망, 그리고 학부 과정에서의 각 과목 및 교수에 대한 노출 빈도 등이 요인이 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가정의학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 필자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그리고 또 교수로 일하면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가정의학은 무슨 과 인가요?"라는 것이다.


물론 최근 대중매체 노출로 인해 가정의학과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무엇을 하는 과인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내부적으로 가정의학은 일차진료의 양성에 목표를 둔다고 하지만 가정의학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지 40년이 넘은 지금 사회적 인식과 수련 결과를 봤을 때는 우리가 사회가 필요로 하고 있는 의사를 키워내고 있는지, 그리고 일차 진료의 육성이 최우선 과제로 진행됐는지를 반추해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 가정의학 수련 분야를 다양화시켜야 한다. 일차 진료는 기본 수련으로 하되 가정의학이 잘 하고 있는 분야인 노인의학, 요양병원, 검진, 의학교육, 국제보건, 연구 등의 분야를 특화시켜 실제 가정의학 전공의를 마쳤을 경우 단순 일차진료 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구체적인 미래 진로를 희망하는 인턴들이 지원할 것으로 생각한다. 


셋째, 가정의학과 교수진들의 학부 교육 참여를 확대시켜야 한다. 엄밀히 따지면 의과대학 목적은 일차 진료를 하는 의사들의 양성에 있으며 실제로 다수 의과대학에서 졸업 성과로 일차진료를 제시하기도 한다.


가정의학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반적인 임상 의학을 다루는 과로 학부 교육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조기 일차의료 임상 환경 노출, 의학교육 전담 가정의학 교수 증가, 그리고 미국과 같이 가정의학의 필수 실습 과목 전환은 학생들이 일차의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필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일차의료 중요성에 대해서는 민, 관 모두 이견이 없으나 현재까지 나온 대책은 안타깝게도 가정의학회 의견이 반영 된 부분이 부족하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 제도 특성상 의료 시장이 정부 정책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변화에 매우 민감한 세대로 하여금 일차 진료의로 진로를 결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원활한 현장 의견 반영과 실질적인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민관 협력 모델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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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ㅇㅈ 11.14 19:41
    무인턴 FM이면 의대졸업 3년만에 전문의!



    이것들 때문에 가정과 페이낮아지고 무시당합니다.

    실질적인 2년제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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