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의 플라스틱(plasticity) 성질
김영보 교수(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2018.02.19 05:29 댓글쓰기
사람을 비롯해 두뇌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 있어서 뇌세포의 플라스틱성질(Neuroplasticity) 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수시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뇌세포는 항상 변화해야 하는데,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면 지리를 익히고 새로운 사람을 알면 그 사람의 용모와 말소리까지 새롭게 기억해야 한다. 
 
특히 외국에서 어린아이들의 언어습득 과정을 보면 어릴수록 뇌의 플라스틱 성질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뇌가 손상된 경우 6세 이전에는 그 언어중추가 반대편 뇌에 새로이 형성되나 10세 이후에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것 등이 그렇다.
 
이렇듯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뇌세포도 형태적으로 달라지며 뇌세포와 뇌세포가 서로 교환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 따라 접속점이 새로 형성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이런 뇌세포 모양과 기능의 변화는 뇌세포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성질인 ‘플라스틱 성질’ 때문이다. 플라스틱 성질은 plasticity를 번역한 말로 사전에는 가소성, 형성력, 적응성 및 유연성으로 번역된다.
 
뇌의 성질을 완벽하게 나타내지는 못하지만 적합한 표현을 찾기가 쉽지 않아 열에 모양이 잘 변하는 특성이 플라스틱과 많이 닮아 플라스틱성질 이라는 표현을 하게 됐다.
 
뇌의 플라스틱 성질 때문에 사람들은 기억을 하고 어려운 환경에 민첩하게 대처하기도 하며, 신체 내부에서 면역체계와 호르몬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균형 있게 맞춰나갈 수 있다.
 
아무리 기능이 좋은 컴퓨터라도 사람 두뇌와 같은 플라스틱 성질이 없는 한 인간 두뇌를 따라올 수는 없다. 플라스틱 성질을 가진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현재의 소재로는 불가능하며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은 미래의 상황일 것이다.
 
흔히 뇌세포는 우리가 태어난 후부터는 더 이상 생성되지 않으며 뇌에 중풍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손상이 오면 고칠 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뇌세포가 더 이상 생성되지는 않지만, 두뇌의 플라스틱 성질 때문에 세포가 죽으면 그 옆에 있는 살아있는 세포가 대신 그 역할을 담당한다.

즉,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 많으면 죽은 세포의 역할을 하기 위해 옆에 있는 세포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고 축삭도 많아지며 활발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 수는 당연히 줄어들지만 그만큼 뇌세포를 발달시키면 젊은 사람 이상으로 좋은 두뇌를 유지할 수가 있다.
 
온도 변화가 많은 계절이 오면 중풍환자들이 많아진다. 그들이 재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나는 열심히 물리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잘되는 이유를 두뇌의 플라스틱 성질을 들어 설명을 해주면서 그들에게 희망을 북돋아 준다.

그럴 때 환자들은 불편한 몸을 더욱 더 열심히 움직인다. 그러면 나는 한편으로 인체의 신비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그들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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