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시행되면 흉부외과 개원가 생존 암울'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회장
2018.01.02 05:43 댓글쓰기
[기고]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8월 의학적 비급여의 건강보험 편입,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제 등을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5년간 30조6000억원을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의료비 부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정책에 소요될 막대한 재원을 과연 조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의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시행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76.6%로 나왔지만, 재원 조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50.3%가 "재원 조달이 어렵다"고 답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하지만 의료계는 이 말을 고지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상 의료계는 오래 전부터 정부로부터 의료행위에 대한 가격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급여 적용 시 원가가 100원인 의료행위를 80원에 제공해야 한다. 부족분은 비급여 의료행위를 120원에 제공해 가까스로 메웠다. 그런데 비급여 의료행위를 무조건 과잉진료로 몰아가면서 비급여 의료행위마저 통제하려고 한다.

흉부외과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외과계는 수술, 처치 등이 원가보다 70~80% 낮은 수준이다. 물론 최근 일부 인상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적정 의료행위를 해도 수가가 낮으니 병원 경영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선 좀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할 수 밖에 없다. 하지정맥류 고주파, 레이저 시술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급여화된다면 흉부외과 개원의들은 치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흉부외과는 외과계에서도 대표적인 기피과 중 하나로 꼽힌다. 지원자 미달사태가 도돌이표처럼 매년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전망이 나쁘기 때문이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현황을 보면 1993년에는 65명의 흉부외과 전문의를 배출했지만 2000년에는 36명, 2014년 28명 등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단 19명의 전문의가 배출됐다. 흉부외과 전문의 멸종은 머지않은 미래다. 

흉부외과 보드를 딴 전문의 중에서 흉부외과의원을 개원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성 질환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흉부외과와 관련된 질환을 앓는 노인분들은 동네병원이 없으니 부득이하게 아픈 몸을 이끌고 종합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제도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방법론이 옳지 않다면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코자 한다면 적어도 의사들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 비급여가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며 추진되는 현재의 정책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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