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 비극의 씨앗이 될 수도···'
이찬휘 데일리메디 논설위원
2017.11.20 08:29 댓글쓰기

지난 달 중부고속도로 상행선 상번천 졸음휴게소부근이었다.
 

“꽈~과 꽝” “우지끈” 이어서 “꽝” “꽝” “꽝” “꽝”
 

갑자기 굉음이 계속됐다. 정말 순식간에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 눈 깜짝 할 새, 1초도 안 되는 ‘찰라’라는 시간에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잠깐 아득했는데 벤츠차 뒷부분이 갑자기 눈 앞으로 크게 다가왔다.

그 순간 브레이크를 있는 힘을 다해 밟으면서 같이 타고 있던 친구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내차의 운전석이 앞차의 트렁크 오른쪽 부분으로 부딪치도록 핸들을 틀었다. “우지끈” 하면서 운전석 쪽 본 네트가 내 앞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러더니 하얀 증기가 폭발하면서 하늘로 치솟는다.

라디에이터가 터졌나 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식은땀이 뒷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정신이 나가 뭐를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게 됐다.

갑작스런 사고에 멍해진 내게 친구들이 소리친다. “찬휘야! 엔진을 꺼라”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라디에이터가 터져 증기가 치솟는데도 멈추지 않고 있던 엔진을 껐다. 조수석과 뒷자리에 타고 있던 친구들을 둘러봤다. “괜찮니?” 다행이었다. 아무도 많이 다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봤다. 트렁크 오른쪽부분이 크게 찌그러진 벤츠차에서 운전하던 아저씨와 뒤에 탔던 아주머니 두 분이 목을 붙잡고 나오신다. ‘아이쿠 어쩌지? 많이 다치셨나 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벤츠 앞을 달리던 차들이 연속 된 추돌 사고로 멈춰 섰다.

그리곤 운전사와 동승자들이 속속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라고 말을 하려고 운전석 문을 열었다. 그런데 열리지 않았다.

본 네트가 밀려들어오면서 문이 찌그러져 열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다행히 조수석과 뒷좌석의 문은 이상이 없는지, 친구들이 급히 나가 운전석 문을 발로 차고 밀고 하면서 내가 비집고 나갈 수 있을 만큼을 겨우 열어줬다. 밖으로 나가 보니 교통사고 상황이 기가 막혔다.

내가 벤츠 차량을 들이 받았고 벤츠는 그랜저, 그랜저는 카니발은 제니시스를 추돌하는 5중 충돌 사고가 일어났다. 멈춰 선 차량들을 돌아다니면서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많이 다치셨어요? 죄송합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내 친구들은 조금도 다친 사람이 없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 이후 보험의 위대함을 체험했다. 보험에서 대물, 대인, 자차 사고를 모두 처리해 줬다. 다행히도 다친 사람들은 모두 경미해 일주일가량 입원 치료 후 퇴원했다. 하지만 대물과 자차 사고는 처리 비용만 거의 5000만원이나 나왔다.


82년부터 운전을 했으니 올해로 운전경력 35년인데 처음 낸 사고였다. 35년 동안 경미한 추돌사고도 없었는데 왜 이런 대형 사고를 낸 걸까? 원인을 생각해 봤다.

졸리지도 않았고 앞차와의 거리도 충분했다. 그런데 사고가 났다. 당시 내 머릿속이 아득했던 생각이 났다. ‘아! 이거였구나.’ 무릎을 쳤다.
 

나는 5년 전부터 동네 내과의원에서 혈압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었다. 그리고 3년 전, ‘혈액검사 결과 당수치가 높다’라면서 당뇨약도 처방해 줬다. 그런데 6개월 전 동네 병원을 다니기 불편해 사무실 부근으로 옮겼더니 다른 당뇨 약을 처방해 줬다.

그 약을 먹고 부터는 가끔 시장 끼가 있는 저녁시간이면 아득해지면서 벌벌 떨리고, 불안, 초조 같은 증상은 물론 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버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럴 때면 급히 인근에 있는 편의점으로 달려가 뭐든 먹어야 했다.
 

‘그날 사고가 이거였구나.’ 허갑범내과로 급히 달려갔다. 선생님은 내 증상을 듣더니 이런 저런 검사를 하루 종일 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당(糖) 수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

"약을 먹어서 저혈당 증상이 왔고, 교통사고 순간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 것 같다"라면서 약을 먹지 말고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조절해도 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낸 사고의 원인이 ‘저혈당’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낸 사고는 큰 편이 아니었지만 당뇨환자가 1000만 명이나 되기 때문에 저혈당으로 인해 엄청난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있거나, 이 순간에도 비극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저혈당이 비극의 씨앗일 수 있다.

당뇨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쉽게 먹을 수 있는 포도당을 늘 지니고 다니고, 자신에게 나타나는 저혈당 증상이 뭔지를 미리 알아 둬 저혈당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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