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안 마시는 목사님이 간암?
서석원 교수(중앙대병원 외과)
2017.08.28 11:21 댓글쓰기
교회 목사인 신종호(55세, 가명)씨는 어느 날 갑자기 배가 불러오고 피까지 토해 병원을 찾았더니 충격적이게도 간암 진단을 받았다. 평소 술을 전혀 먹지 않았던 신 씨는 음주자에게만 발생하는 줄 알았던 간암이라는 말에 너무나 당황스럽고 황당했다. 확인 결과, 신 씨는 어릴적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진단을 받았지만 잊고 지내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간암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흔히들 간암 발생요인이 술이라고 알고 있지만 2014년 대한간암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간암 환자의 72%가 B형 간염바이러스(HBV, hepatitis B virus), 12%가 C형 간염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의 영향을 받은 반면 알코올에 의한 직접적인 원인은 9%로 나타났다. 4%는 기타 원인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대부분 바이러스를 지닌 어머니에게서 출생 시 감염되는데, 어릴 적부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간경화)으로 진행되다 간암으로까지 커진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몸안에 들어오면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공격해 간세포가 지속적으로 손상된다. 간세포는 새롭고 건강한 세포 대신 비정상적인 섬유조직으로 대체되는데 섬유화로 딱딱해지면서 간경변증에 이르다 간암으로까지 발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B형 간염 보유자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꾸준히 항바이러스치료제를 복용해 간 섬유화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항바이러스치료제가 B형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만성B형간염 보유자는 치료제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간염을 완화해서 간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C형간염은 아직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있으며, 전염경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국내 감염율도 상대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만성 C형 간염 환자 중 약 30%가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 진행해 B형 간염과 함께 적절한 치료와 더불어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만성 C형 간염 환자 중 자신이 병을 아는 경우가 35%에 불과하며 검진율은 12%로 낮고 질환 인지도 또한 매우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국민의 약 1%가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되며, 전체 만성 간질환자의 약 15%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된다. 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데 최근에는 주사 바늘의 공유(약물 남용자)가 중요한 원인 경로로 보고되고 있으며 그 밖에 비위생적인 침술, 피어싱, 문신, 4인 이상의 배우자와 성행위를 했을 경우에도 감염 위험성이 있다. 
 
C형 간염바이러스의 종류(유전자형)에 따라서 치료효과가 차이가 있지만 2000년 초반부터는 효과적인 신형 경구용 항바이러스약이 소개되면서 효과가 50~80%까지 향상됐다. B형 간염바이러스 치료제는 바이러스를 우리 몸에서 제거할 수 없으나 C형 간염인 경우 치료제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한편 국내외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인의 간암 발생 주요 원인이 B형 및 C형 간염에서 ‘비알콜성 지방간’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1년 4만3734명에서 2015년 3만3903명으로 약 22% 감소했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1년 1만3429명에서 2015년 2만8865명으로 약 115% 증가했다. 
 
흔히 지방간은 과다한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음주를 많이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흔히 발견되며 원인으로는 당뇨, 고지혈증, 비만과 같은 소위 대사 증후군에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 지방간과는 달리 비알콜성 지방간염은 10~15%에서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단순 지방간이라고 해서 간과하지 말고 치료를 위해서 원인이 되는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요인을 교정 및 제거하기 위해 꾸준한 유산소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한 체중감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술을 잘 먹지 않는 사람이라도 건강 검진을 통해 간염 및 지방간 여부를 확인하고, B형 간염 예방백신을 반드시 맞아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사전에 예방하고 간암이 발병해도 조기에 진단, 간 절제술을 통한 근치적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