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급여화, 충분히 가능하다'
이윤환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기획위원장
2017.06.12 05:09 댓글쓰기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로 22명의 인명이 희생된 지 3년이 지났다. 그 사고는 국내 요양병원 전반적 실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는 물론 노인의료와 복지 전반에 관해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24분만에 화재가 진압됐음에도 21명이 사망하는 대참사의 원인은 50명의 환자에 간병사 전무했기 때문이다. 환자를 대피시킬 인력이 없어 대형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간병보험은 물론 별도 인력규정이 없어 간병인을 상주시키지 않은 게 근본적인 원인이었지만 정부는 당직의료인, 인증제, 소방시설 강화 등 규제 위주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방안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게 아니었으며 오히려 인력 낭비와 비용손실만을 초래할 뿐 요양병원 질적 향상과는 동떨어진 조치였다.


초고령 시대로 치닫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제라도 사건의 본질인 간병급여화에 대책을 마련하고 노인의료의 틀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개호보험을 통한 간병서비스 급여화로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요양병원 역시 30년 전에는 노인환자들이 침대에 묶이고, 식사하는 곳 옆에서 용변을 보거나 머리에 까치집을 짓는 등 열악한 실정이었다.


일본이 노인의료의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아닌 간병급여화였다.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들의 특성상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대소변을 처리해주는 등의 일상생활에 대한 관리가 최우선시 돼야 한다.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경우 간병비는 고스란히 환자와 보호자의 몫이다. 간병비가 부담스러운 보호자들은 결국 간병비가 싼 곳을 찾아 옮겨다닐 수 밖에 없다.


제대로된 수발을 받지 못한 환자가 처하게 될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으 위해 최소한의 간병사를 둘 수 밖에 없다.


야간에는 30-40명의 환자를 한 명의 간병사가 지키고 있거나 아예 간병사가 전무한 경우도 있다.


치매환자의 경우 낙상 등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묶어두고 화재가 날 경우 초동진압이나 대피는 불가능하다. 바로 이 것이 장성화재의 핵심이었다.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간병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물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간병을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국내 현실에서는 요양병원에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은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실제 지방병원이나 중소병원의 경우 병동을 꾸려갈 기본적인 간호인력을 갖추기도 어려운 실정에서 간병을 할 간호인력을 간병인력으로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더불어 의료적 처치를 해야 할 간호사들이 간병을 한다는 것은 급성기 병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으나 만성환자가 대부분이고 간병서비스 역시 질병 중심이 아니라 식사 수발과 기저귀교체 등이 주업무인 요양병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요양병원 특성상 각 병실마다 간병사가 상주해야만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이 저하된 노인환자들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데 이에 필요한 인력은 간호인력 보다는 간병인력즉 요양보호사가 필요하다.


장기요양보험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어 요양시설이나 자택에서 큰 비용 부담 없이 요양보호사 수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적인 처치와 수발서비스가 동시에 필요한 환자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을 택하게 되는데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일본의 경우 급성기. 재활병동. 치매치료. 치매요양. 노인요양. 노인개호, 지역포괄케어 등 7단계로 구분해 다양한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경우 의료보험 및 개호보험 혜택을 필요에 따라 주고 있고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에도 개호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간병비는 전적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책임져야 하는 만큼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간병급여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 문제다.


지금까지 복지부를 비롯해 간병급여화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여러 단체와 조직들에서는 요양병원의 간병급여화에 수 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런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요양병의 간병급여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기능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현재 요양병원에는 입원이 필요없는 사회적 입원환자가 약 30%, 6만 여명 정도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요양시설 또한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 상당수가 입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역할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기능이 혼재돼 있는게 현실이다.


1400여개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20만 환자 중 의료기능이 필요없지만 돌봄기능이 약간 필요한 사회적 입원환자 6만명을 요양시설로 이동시키고, 요양시설의 12만 환자가운데 50%인 6만명을 요양병원으로 이동시키면 병원과 시설은 본연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요양병원으로 이동할 6만명의 시설환자들을 돌보던 요양보호사 3만명 중 5000명(양로시설의 인력규정 12.5대 1 적용)은 요양병원에서 시설로 이동한 사회적 입원환자들의 돌봄을 위해 시설에 남고 2만5000명은 요양병원으로 환자와 함께 이동한다.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20만명의 환자를 6대 1로 공동간병(12시간 2교대)을 할 경우 필요한 요양보호사의 수를 계산해보면 6만6667명이 되는데 시설에서 넘어온 2만5000명의 요양보호사를 투입할 경우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4만1667명이다.


1인 당 최저임금 기준으로 약 200만원의 월급여를 가정할 경우 월 833억원, 연간 약 1조원의 인건비가 발생한다.

이 비용 간병비를 식대와 같이 건강보험과 본인부담 50%로 부담할 경우 연간 5000억의 비용만 건강보험 공단에서 추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연 5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으로 간병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간 무차별한 환자유치 경쟁 또한 해소할 수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요양병원에 생활시설 병동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요양병원 사회적 입원환자의 경우 생활시설 병동을 만들어 인력 규정에서 제외시키면 환자 1인당 소요되는 의사, 간호인력, 약제비 등에서 약 80여만원이 절감된다.


사회적 입원환자가 6만명일 경우 한 달에 480억,원 매년 5760억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20만명의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70%가 간병이 필요하다는 가정 하에 8시간 3교대 간병사 급여를 200만원으로 필요한 인건비를 계산해보면 6대1 간병의 경우 약 1조2000억원, 8대1 간병의 경우 약 9000억원이 소요된다.


간병비 본인부담금을 50%로 책정하면 필요한 예산은 6대1의 경우 약 6000억원, 8대1의 경우 약 4500억원이 된다.


즉, 사회적 입원환자들을 생활시설 병동제로만 개선해도 연간 6000억원 가까운 비용이 절감돼 별도의 추가 경비 없이 요양병원 간병급여화가 가능하다.


요양병원 간병급여화는 노인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도 전국의 요양병원에는 수 만명의 간병사들이 일하고 있으나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해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간병급여화로 국가가 환자 당 필요한 요양보호사 수와 급여 등을 제도화한다면 4~5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지금까지의 태도처럼 간병급여화를 비용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되며, 급여화를 통해 이뤄질 노인의료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활성화 차원에서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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